웹에서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는 뭘까.
공짜정보의 무한창고로 불리는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이 돈을 내고라도 접속하는 사이트가 있다면 포르노와 게임이다. 불법 유통되는 음란물을 제외하면 웹 콘텐츠 비즈니스로 첫번째 성공을 거둔 분야가 바로 인터넷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게임은 전통적인 온라인 게임과 요즘 열풍이 불고 있는 네트워크 게임으로 구분된다. 게임업체가 콘텐츠공급업자(CP)가 되어 서버에 게임을 올려놓고 네티즌이 이 사이트에 접속하는 형태가 온라인 게임이다. 「울티마 온라인」을 비롯해 「칼리」 「엠패스인터액티브」 등이 이에 속한다. 올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소니사가 「툼레이더」의 3차원 렌더링 기술을 도입, 「에버퀘스트」 사이트를 오픈할 계획이다.
국내 업체가 개설한 사이트로는 넥슨의 「바람의 나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눈에 띈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올들어 온라인 게임만으로 월 1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넥슨 역시 실리콘밸리에 지사를 개설, 영문서비스 사이트를 열었다. 또 PC통신 하이텔이 칼리사의 네트워크 게임 플랫폼을 도입해 게임넷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LG인터넷 채널아이가 미국 엠패스인터액티브사와 계약을 맺고 엠플레이어 상용서비스를 선보였다. 두루넷도 케이블TV망을 이용해 온라인 게임서비스에 뛰어들 예정이다.
반면 네트워크 게임은 게이머가 일단 멀티플레이 기능을 갖춘 PC용 패키지 게임을 구입한 후 웹사이트에 접속해 전세계 네티즌들과 실력을 겨루는 방식이다. 블리자드의 「배틀넷(www.battle.net)」을 비롯, 번지소프트사의 「번지넷(www.bungie.net)」,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터넷 게이밍 존(www.zone.com)」 등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네트워크 게임 사이트들.
그렇다면 21세기 엔터테인먼트의 꽃인 인터넷 게임의 선두주자는 누구일까. 오리진의 「울티마 온라인(www.ultimaonline.com)」과 블리자드의 「배틀넷」이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의 대표사이트 울티마 온라인은 지난 97년 상용화된 후 유료회원이 전세계적으로는 수십만명까지 불어났다. 국내에만도 1000여명이 넘는 정기 접속자가 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울티마의 길드만 해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
국내에서 울티마의 명성을 추월한 배틀넷은 블리자드가 중세풍 롤플레잉 게임 「디아블로」를 올리면서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사이트. 스타크래프트가 발매된 후 인터넷 게임을 평정했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 게임방 붐도 이 게임 덕분이다.
미국의 한 인터넷 조사업체의 통계에 따르면 2000년대 초에는 온라인 게이머가 50배 이상 증가해 기존의 PC게임시장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오는 2002년이면 유료 사용자 100만명을 포함, 서비스 이용자가 5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본다.
인터넷 게임의 인기비결은 뭘까. 우선 모든 것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그만큼 스릴이 크다. 기존의 PC게임이나 오락실의 아케이드 게임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패턴이 드러나 식상해지기 쉽다. 하지만 네트워크 게임은 얽히고 설킨 매듭을 풀어가는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상대가 달라지면 완전히 새로운 게임의 세계가 열린다. 또한 그래픽 환경은 점점 더 현란해지고 등장인물과 전략이 무궁무진하다. 모험가가 되어 과거의 역사로 되돌아 가거나 무한한 우주로 날아가 함대를 지휘하면서 대리 만족도 느낄 수 있다. 수백 수천명이 동시에 접속하면 익명의 게이머들과 팀을 이뤄 공동의 적과 싸우며 진한 동료애도 맛볼 수 있다.
또 게임을 하고 나면 순위가 정해지고 톱 랭킹에 오르면 스타크래프트 챔피언 신주영씨처럼 세인의 관심을 끌 수 있다. 무엇보다도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을 사이버 스페이스에서는 가능하다는 것이 네크워크 게임의 인기비결이다. 비록 가상의 세계지만 현실에서는 도덕적으로 금지된 일들까지 마음껏 해볼 수 있다는 게 신세대 네티즌들에게는 큰 매력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들의 기술력은 영화나 애니메이션보다 먼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할 잠재력을 갖춘 분야로 평가되고 있다. 「리니지」나 「바람의 나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산 게임사이트들이 「베스트 온 더 웹」으로 손꼽힐 날도 멀지 않았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