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상연 빅빔 사장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저가 인터넷PC 사업이 최근 보급업체 선정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정통부는 국내 컴퓨터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대규모 PC업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초저가 인터넷PC 보급사업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한 50개 중소 PC제조업체의 제안서를 평가해 12개사를 공급업체로 최종 선정, 발표했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인터넷PC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내달부터 12개 공급업체 대리점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제품을 사기 위해선 통상적인 구매방법과 달리 전국 우체국에서 발매하는 컴퓨터 적금을 들어야 하고 신용도 확실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만 밟으면 100만원을 들이지 않고도 중앙처리장치(CPU)의 정보처리속도가 400㎒, 메모리용량 64MB인 인터넷PC를 누구나 손쉽게 살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고가PC를 구입하는 데 비용부담을 느껴온 도시 서민과 농어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번 정통부의 인터넷PC 사업을 둘러싼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그것은 국내 PC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삼보컴퓨터·대우통신·LGIBM 등 대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은 사업이 과연 성공을 거둘 것인가 하는 것과 10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PC를 판매하는 중소 PC업체들이 수지타산을 어떻게 맞춰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번 인터넷PC 사업자의 선정을 계기로 국내 PC시장은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앞서 지적한 것은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는 인터넷PC 공급업체 선정 못지않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고가PC 구입을 미뤄오던 도시 서민들이나 농어민들이 인터넷PC를 많이 구입할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활동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수요가 선정된 업체들이 기대했던 수량에 미치지 못할 경우 참여업체들의 부담은 매우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정된 업체들로서는 인터넷PC를 10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것은 현재로선 수지가 맞지 않는 사업이다. 그러나 당분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만 있다면 수익성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보급사업에 뛰어든 만큼 정부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PC를 구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구매지원책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대기업들의 PC가격 인하다. 현재로선 이번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대기업들이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워 기존 제품의 고가전략을 구사하면서 인터넷PC와 차별화해 나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만일 저가 인터넷PC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기대 이상으로 수요가 많아지면 기존 동급기종의 가격을 인터넷PC 가격까지 대폭 낮춰 시장을 파고들 게 뻔하다.
자유경쟁체제에서 기업의 가격인하를 막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워 파격적인 가격인하를 단행한다면 무엇보다도 많은 수요를 예상하고 이 사업에 뛰어든 중소업체들로서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터넷PC 사업에서 정통부의 사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부가 의욕을 갖고 추진한 이 사업이 성공을 거둘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