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가전 벤처업체들이 대기업으로부터의 투자유치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확보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TV세트톱박스를 비롯해 개인휴대단말기, 휴대폰 등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모든 정보기기를 일컫는 정보가전은 아직 시장형성 초기단계에 불과하지만 오락, 미디어에서부터 컴퓨터, 가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역으로 채용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차세대 정보기술(IT)분야의 주역으로 손꼽힌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의하면 세계 정보가전 시장은 해마다 76%의 고성장을 거듭해 오는 2002년에는 총 557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정보가전사업에 뛰어든 벤처기업들 또한 내일의 결실을 맺기 위한 자양분(자금) 얻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 특히 성공적인 IPO야말로 벤처기업들에게 가장 확실하고 안정된 방법으로 부를 가져다 준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어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은 오늘도 IPO의 꿈을 먹고 산다. 미국 주식시장이 출렁거리기 시작하던 한달여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전에 기업공개를 단행한 벤처기업들은 거침없이 치솟는 주가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양방향TV용 세트톱박스를 공급하고 있는 리플레이 네트웍스는 지난달 월트디즈니, 타임워너, NBC, 쇼타임 네트웍스, 리버티 미디어, 마쓰시타 고토부키 등 7개의 대형 미디어·가전업체들과 전략적 사업제휴를 맺고 이들로부터 총 5700만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둥지를 틀고 있는 이 업체는 설립된 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지만 TV프로그램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저장해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게 하는 디지털비디오리코더(DVR) 「리플레이TV」를 개발, 이 제품이 정보가전의 대표로 주목받으면서 일찌감치 벤처기업의 선두주자로 자리잡았다.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 벤처투자가인 폴 앨런, 넷스케이프의 공동창업자인 마크 앤드레센 등 굵직굵직한 돈줄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냈다는 사실이 결코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리플레이와 비슷한 성격의 양방향 TV업체인 티보(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는 최근 IPO등록서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이미 CBS와 월트디즈니, 컴캐스트들로부터 자본을 유치하면서 정보가전의 선두 벤처기업으로 리플레이 네트웍스와 우열을 겨루고 있는 티보는 최근 아메리카 온라인(AOL)과도 제휴를 맺고 자사 DVR기술을 AOL의 인터넷TV 서비스에 통합하는 한편 양방향TV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협력키로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성공적으로 IPO를 완료하면 넉넉하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양방향TV 솔루션업체인 윙크 커뮤니케이션스(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도 그동안 시장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데 힘입어 설립 4년여만에 최근 7730만달러 규모의 IPO를 SEC에 신고했다.
윙크의 양방향 소프트웨어는 소비자가 케이블TV나 일반TV를 시청하면서 프로그램 또는 광고를 보고 제품을 즉시 주문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역시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올 들어 MS의 3000만달러 지원을 비롯, 역시 대형 투자업체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바 있는 윙크는 IPO를 통해 주식시장에서 투자가들의 평가를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월드게이트 커뮤니케이션스와 이전에 네트워크 컴퓨팅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리버레이트 테크놀로지스도 IPO를 성공적으로 완료해 지난 7월 하순 첫 거래에 들어간 리버레이트의 경우 첫날 주가가 27%나 올랐으며 월드게이트 또한 거래 첫날 주가가 62%나 폭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밖에도 앞으로 알짜배기 벤처기업으로 소문난 비스퀘어(Bsquare)가 IPO를 계획하고 있어 투자가들의 관심을 모은다. 세트톱박스나 게임기, 핸드헬드기기 등 윈도CE 단말기용 소프트웨어 및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 업체의 공개규모는 6000만달러 정도 될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가전업체는 아니지만 미국 저가PC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e머신스도 최근 2억달러 규모의 IPO를 계획하고 나스닥 상장 등록서를 SEC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처럼 대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거나 IPO를 추진중인 정보가전업체들이 매출이나 이익에서 모두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 중 상당수는 아직 실적이 미미하거나 보잘 것 없는 형편.
윙크의 경우 지난 상반기에만 92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1400만달러의 적자를 낸 바 있는 윙크는 이 결과 누적적자액만 4000만달러에 이른다.
비스퀘어 정도만 지난 6월에 끝난 99회계연도에서 970만달러 매출에 43만4000달러의 이익을 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벤처기업의 IPO가 주목을 받는 것은 이들이 정보가전이라는 황금어장에서 하룻밤 새에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이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당분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현지기자 hj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