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터시장이 가격 덤핑과 제품 카피 등으로 혼탁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MP3플레이어시장이 성장하자 관련 커넥터사업에 업체들이 대거 몰리면서 후발사들의 가격덤핑으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후발업체들은 채산성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우선 제품을 판매하고 보자는 식으로 덤핑을 일삼고 있어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가뜩이나 어려운 마진여건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MP3플레이어 멀티미디어카드(MMC)커넥터시장에 후발로 참여한 I사는 싱글커넥터를 1개당 400원에 세트업체에 제시, 기존 600원선으로 거래해온 제품가격을 일시에 200원 이상 인하시켜 선두업체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또 이동전화기용 I/O커넥터와 핸즈프리용 커넥터시장에서도 후발업체들의 덤핑으로 기존업체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MF 이후 세트업체들의 가격인하 요구 등으로 매출은 늘어나는데 채산성은 오히려 악화되는 상황에서 후발업체들의 제살깎기식 덤핑제시는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가격덤핑보다는 원가절감과 신제품 개발을 통해 품질경쟁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업체들의 무리한 덤핑이 결국 스스로의 경영악화만을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커넥터업계의 「카피 공방」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일부 대기업까지 제품 카피에 가세함으로써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얼마 전 이동전화기용 커넥터 삽입방식의 의장권에 대한 특허 논란에서 특허심판원이 제소사가 아닌 피제소사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첫 커넥터 특허논란은 유야무야될 공산이 커짐에 따라 카피가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 외국계 기업 중역회의에서는 자사제품의 카피를 일삼는 Y사에 대한 법적 제재여부 검토작업에 들어갔으나 그럴 경우 내수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보류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그대로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 업체의 생각이다.
또 L모 대기업도 1㎜ FF/FP커넥터 카피에 가세, 외국계업체를 깜짝 놀라게 했다. 외국계업체는 중소업체가 아닌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카피 경쟁에 나서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점이 외국계업체들의 생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커넥터산업의 역사가 15년이 넘는데도 아직도 커넥터를 단순 기능성 제품으로 인식할 정도로 낙후돼 있다』면서 『IMF 이후 몇몇 깨어있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기술집약적산업으로의 인식전환을 가져와 신제품 개발 등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으며 그 결과 일부제품에서는 외국제품과 경쟁이 가능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어 이러한 인식이 전 업체에 확산돼야만 카피와 덤핑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