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엔高 "명암"

 최근 엔고현상이 가전수출의 호재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그러나 한편으로 엔화강세는 국산 가전제품의 핵심부품 대일 의존도를 심화시켜 당장 원가부담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가전산업의 대일 종속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 1일 외환시장에서 엔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1084.70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달러에 대한 엔화환율도 109.34엔까지 하락하는 등 엔화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계속돼 달러당 105∼108엔선이 유지되면서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가전업체의 수출경쟁력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는 엔화가치가 1% 변할 때마다 국산 가전제품의 민감도가 0.167%에 달하기 때문에 최근의 엔화강세가 가전수출 증대에 탄력을 붙일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국내 가전업계는 엔화강세로 인한 가격경쟁력의 우위를 수출확대로 연결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업계는 국산 가전제품 수출의 30% 이상을 소화하고 엔화변동에 따른 수요변화가 즉시적으로 나타나는 동남아·중동지역의 수출물량이 엔고로 인해 최소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 수주에 힘을 쏟고 있다.

 가전업계는 미주지역에서도 달러에 대한 엔화강세를 시장점유율 증대의 호기로 삼는 한편 프로젝션TV·디지털TV·벽걸이(PDP)TV·DVDP 등의 시장선점에도 적극 활용해나간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엔고로 인한 피해도 만만치 않다. 핵심부품의 대일 의존도가 심해 원가부담이 증대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경제연구소는 국산 컬러TV가 세계 2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양적 측면에서 선진업체의 위치에 있지만 질적으로는 일본 등으로 빠져나가는 핵심기술에 대한 특허료가 전체 매출의 10%에 달해 수출 채산성이 저급한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고부가 영상관련기기에 채택하는 핵심기술인 광학엔진 설계 및 광소자 개발을 전적으로 일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산 영상기기가 소형·경량화되거나 고부가화될수록 원가부담이 증대되는 실정이다.

 가전업계가 외형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가전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기간부품이나 핵심기술은 일제인 것이다.

 따라서 엔고현상이 약세로 반전될 경우 국산 가전제품의 수출은 더이상 늘어날 수 없으며 오히려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결국 국내 가전업체들은 엔고 반사이익에 힘입은 눈앞의 매출증대에만 주력할 게 아니라 기술 경쟁력 제고 및 부품개발·자급능력 향상과 같은 장기투자에 힘써 관련산업의 기반을 다져 나가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