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세계적인 반도체 분야 시장 조사업체들이 발표한 98년도 반도체 업계 매출 통계는 대체로 우울한 수치들로 가득차 있었다.
우선 IDC의 통계 자료는 98년 D램 세계시장 규모가 140억 달러를 기록, 97년 198억 달러에 비해 29% 감소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미코리서치사도 지난해 D램 세계시장 규모가 140억 달러를 기록, 97년에 비해 29.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산업은행도 지난해 국내 반도체 생산이 177억 달러로 97년 대비 11%나 감소했다는 통계를 내놨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99년 D램 시장에 대해서는 대부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3년간 계속된 불황의 그늘을 벗어나 본격적인 회복세를 되찾을 것이란 희망적인 전망치를 내놨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는 올해초 경북 경주에서 개최한 춘계 전망회의에서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 소자 분야의 급성장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12.6% 늘어난 141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반도체업체 마케팅 전문가들의 모임으로 다른 상업적인 시장조사업체들에 비해 대단히 보수적인 시장 예측치를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는 WSTS의 이번 시장 전망은 반도체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들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 시장 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는 올해 4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가진 D램 시장 전망회의에서 꾸준한 수요증가와 안정적인 가격에 힘입어 99년 세계 D램 시장 규모가 지난해 151억 달러보다 49% 늘어난 226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시장 전망은 데이터퀘스트가 지난해 9월 발표한 99년 시장 전망 예측치보다 무려 20%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
이같은 시장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D램 시장이 플러스 성장하는 것은 95년 이후 만 3년만에 처음이며 258억 달러 규모였던 96년 이후 최대 시장을 형성하게 된다.
데이터퀘스트는 특히 올해 새로운 3년주기의 D램 상승 사이클이 시작될 것으로 분석, 2000년 361억 달러, 2001년 사상 최대 규모인 599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장기 전망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D램 시장이 사상 최대였던 95년의 시장 규모는 418억 달러 수준이었다.
데이터퀘스트가 D램 시장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한 것은 D램업체들의 설비투자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100억 달러에 불과, 예년과 같은 공급 과잉 사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수요 측면에서도 PC 판매량이 매년 14% 정도 안정적으로 성장, 2002년 1억5700만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시스템당 평균 메모리 용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것이 주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데이터퀘스트는 또한 PC의 클록 스피드가 400㎒ 이상으로 고속화되면서 다이렉트 램버스 D램과 같은 고속 D램 수요가 급증,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10% 정도에서 2002년 70% 이상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95년 26.80 달러에서 98년 1.50 달러까지 급격히 하락했던 MB당 평균 판매가격(ASP)도 올해부터 2001년까지 1.30 달러선에서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다른 시장조사업체들과 기관들도 99년부터 D램 시장의 새로운 호황이 시작될 것이라는 데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올해 세계 D램 시장규모를 98년(129억 달러)보다 25% 성장한 160억 달러로 예측했으며 캐너스 인스탯사도 지난해의 140억 달러보다 46.5% 늘어난 205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 조사업체들이 한결같이 D램 시장의 고속성장을 점치고 있는 기본적인 이유는 Y2K문제 대응 수요 등 PC 수요가 견실하게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데다 PC의 평균 메모리 탑재량도 멀티미디어와 네트워크화에 힘입어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여 수요 측면의 상승 기반이 완벽한 상태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주력 제품인 64MD램 수요는 지난해 6억개에서 올해 13억∼14억개 정도로 배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D램과 관련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통계는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3년간 지속된 불황과 혹독한 기업 구조조정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국내 반도체 3사의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이 계속 높아졌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IDC사가 최근 발표한 「98년 D램 시장 동향조사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LG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 3사가 세계 D램 시장의 41%를 점유하는 초강세를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97년 매출 15억9000만 달러에 8.0%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현대전자는 지난해 17억4000만 달러의 매출로 10% 가까운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12.4%의 점유율로 단숨에 2위 업체로 부상했다.
97년 37억3000만 달러 매출로 세계 D램 시장의 18.8%를 차지했던 삼성전자는 경기불황의 여파로 매출이 28억1000만 달러로 급감했으나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20.1%로 늘어나며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더욱이 D램 수요업체들이 통상 특정업체의 D램을 20% 이상 구매하지 않는 관행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어선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사건으로 분석된다.
또한 97년 14억8000만 달러의 매출로 점유율 6위였던 LG반도체도 빅딜 대상업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11억8000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 5위로 한 계단 뛰어오르는 선전을 펼쳤다.
현대전자와 현대반도체(구 LG반도체)의 통합작업이 마무리될 경우, 통합사는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거대 메모리업체로 새출발,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받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의 D램 메이저 업체들의 경우, 97년 2위와 3위였던 NEC와 히타치사가 각각 4위와 9위로 전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TI사의 D램 부문을 인수한 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는 97년 4위(16억4900만 달러·8.3%)에서 지난해 3위(12억9000만 달러)로 한 계단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미코리서치사도 98년 세계 D램 시장 순위자료를 통해 세계 D램 시장의 전반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LG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 3사가 각각 시장점유율 1, 2위와 8위를 차지해 세계 시장의 40.8%를 점유했다고 밝혔다.
세미코리서치사는 삼성전자가 98년 D램 분야에서 총 33억5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 23.9%라는 경이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IDC가 추정한 20.1%(28억1000만 달러)를 크게 넘어서는 것이다.
또한 97년 점유율 3위였던 현대전자는 14억8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다른 경쟁사들의 매출부진으로 10.6%의 점유율을 달성, 2위로 한 단계 올라선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세미코리서치사의 분석은 17억4000만 달러의 매출로 10% 가까운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12.4%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난 IDC사의 자료와 다소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반면 외국업체로는 일본의 NEC가 97년 대비 49.8%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2위에서 4위로 주저앉았으며 97년 6위였던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는 점유율 9.3%로 3위로 급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