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메모리> 메모리 반도체 세계시장 판도 엄청난 "대지진"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인 IDC는 연초 한 보고서를 통해 최근 반도체 업체의 최대 현안으로 마이크론의 TI 반도체부문 인수,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합병, NEC와 히타치의 D램사업 협력건을 지목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캐너스 인스탯사는 올해 이후 세계 D램 시장은 삼성전자, 마이크론+TI, 현대전자+LG반도체, NEC+히타치 등 빅4가 전체의 80%에 가까운 시장을 점유하는 극심한 과점현상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예상됐다.

 이 자료는 마이크론+TI, 현대+LG, NEC+히타치가 각각 단일회사로 통합됐다고 가정했을 경우, 상위 10개사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이 이전의 85%에서 95%로 크게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전자를 포함한 빅4가 전체 시장의 80%에 가까운 시장을 과점할 것이며 이같은 부익부 현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메모리 반도체의 대용량·고속·다양화가 급진전되면서 기술개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 안정된 자본력을 확보한 업체만이 생존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인스탯은 분석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사상 초유의 격변기를 맞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맹주로 떠오른 국내 반도체산업 역시 거스를 수 없는 구조개혁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달여를 남기고 있는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통합으로 10년을 넘게 지탱해온 삼성­현대­LG의 트로이카 체제가 무너지고 삼성과 현대의 투톱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것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흡수 합병하는 이른바 「반도체 빅딜」은 국내는 물론 세계 반도체업계 차원에서도 메가톤급 폭발력을 가진 중대 사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메모리 반도체시장 세계 2위와 5위의 메이저급 업체인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합병이 세계시장의 구조조정을 재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D램을 중심으로 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지난 96년부터 98년까지 몰아친 「공급과잉」의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박한 체제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왔다.

 수년간 저가정책을 무기로 현물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온 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가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사의 D램부문을 인수, 메이저급 업체로 부상한 것을 비롯해 유럽의 강호인 인피니언사(구 지멘스)는 영국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폐쇄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함께 D램시장을 분점해온 일본의 군소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급격히 퇴조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다.

 이같은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구도변화는 반도체 시장조사업체들이 내놓은 98년 D램시장 순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의 D램 메이저업체들을 살펴보면 97년 2위와 3위였던 NEC와 히타치사가 각각 4위와 9위로 전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또 지난해 TI사의 D램 부문을 인수한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는 97년 4위에서 지난해 3위로 한 계단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우리나라 업체들의 전반적인 불황에 따른 매출감소에도 불구하고 3사 모두 점유율 상승을 기록하면서 세계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뒷심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97년 8.0%의 점유율로 5위였던 현대전자는 지난해 매출증가를 기록하며 2위로 크게 뛰어올랐으며 부동의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20%선을 넘어섰다.

 혹독한 불황속에서 국내 반도체 3사의 D램시장 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40%선을 넘어서는 쾌조를 보인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와 시장분석기관들은 이번 호황사이클을 거치며 전세계 D램업계는 빅3 또는 빅4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에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빅3 또는 빅4 체제의 강력한 후보로는 삼성전자와 현대­LG합병사와 미 마이크론, 협력체제를 구축한 NEC와 히타치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빅4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현황과 향후 전략을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