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메모리> 차세대 기술 경쟁

 최근 가격 급등과 함께 메모리반도체업계의 관심은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표준화 경쟁에 쏠리고 있다. 당초 가장 강력한 차세대 메인 메모리반도체로 부각됐던 램버스 D램이 잇따른 악재의 등장으로 차세대 경쟁은 △인텔이 주도하는 램버스 D램 △삼성전자 중심의 더블데이터레이트(DDR) 싱크로너스 D램 △기존의 싱크로너스 D램의 기능을 개선한 PC133 규격의 싱크로너스 D램의 3파전 양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좌초 위기를 맞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승승장구할 것으로 보였던 램버스 D램이 이처럼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올 초 인텔측이 램버스 D램 칩세트인 카미노 출시를 연기하면서부터 예상됐던 것이다. 여기에 제2의 마이크로프로세서업체인 미국 AMD사가 차세대 제품인 「K7」에 PC266 규격의 DDR 싱크로너스 D램을 채택키로 결정한데다 삼성전자 등 세계 유력 반도체 및 컴퓨터업체들이 AMI2(Advanced Memory International Inc.)라는 법인을 결성, 기존 DDR 싱크로너스 D램의 성능을 대폭 개선한 DDR2 규격의 D램 표준화를 공동 추진키로 하는 등 반램버스 진영의 세력 규합이 램버스 D램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IBM사가 램버스 D램 채택 포기를 결정하면서 경쟁 구도를 원위치시켰다.이처럼 세계 D램 및 컴퓨터업계에 반램버스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표면적인 명분은 램버스 D램 채택시 발생되는 과다한 비용이다.기존의 싱크로너스 D램과 전기 및 온도 특성이 완전히 다른 다이렉트 램버스 D램을 PC에 채택할 경우 가격상승 효과가 최대 수백달러에 이른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결국 램버스 채택을 고집하던 인텔측이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세트업체들과 D램업체들이 대안으로 제시한 PC133 규격을 지원키로 백기를 들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차세대 메인 메모리 표준경쟁에 대한 시장전문가들의 견해도 「램버스 절대 우세에서 3개 기술 공존」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PC제품의 가격 계층화에 따라 가격과 성능에 맞는 메모리를 골라쓰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이렉트 램버스 D램과 DDR 싱크로너스 D램, PC133 싱크로너스 D램을 비교 분석한다.

<편집자>

다이렉트 램버스 D램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기술인 램버스 D램이 최근 PC업체 등의 반발로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인 캐너스 인스탯그룹은 램버스 D램이 늦어도 오는 2002년까지는 PC의 주력 메모리반도체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램버스 D램이 관련업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인텔사의 강력한 마케팅과 기술적인 장점에 힘입어 향후 전체 PC메모리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스탯이 분석한 것처럼 다이렉트 램버스 D램의 최대 강점은 다른 경쟁기술과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처리속도.

 다이렉트 램버스 D램의 클록주파수는 800㎒ 수준으로 현재까지 상용화된 가장 빠른 메모리 제품인 PC100 싱크로너스 D램보다 약 20배가 빠른 말 그대로 초고속 D램이다.

 때문에 다이렉트 램버스 D램은 기존 PC 아키텍처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CPU와 메모리간의 데이터 전송 병목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으로 부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램버스 D램을 지원하는 칩세트 출시가 지연된 데 이어 램버스 D램 채택시 발생되는 과다한 비용이 램버스 선풍의 발목을 잡았다.

 기존의 싱크로너스 D램과 전기 및 온도 특성이 완전히 다른 다이렉트 램버스 D램을 PC에 채택할 경우 원가상승 효과가 최대 수백달러에 이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세계 D램 및 컴퓨터업계에 반램버스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다.

 때문에 다이렉트 램버스 D램이 유일한 차세대 메인메모리가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시각이다.

 하지만 다이렉트 램버스 D램의 가능성이 완전히 봉쇄된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기술구조상 램버스 D램을 능가하는 처리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램버스 D램 채택에 따르는 비용 부담이 기술 진보로 줄어들면서 궁극적으로 차세대 메모리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근 다이렉트 램버스 D램의 조기 시장형성과 생산비용 절감을 도모하기 위한 그룹을 결성한 것도 이같은 희망적인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전자·마이크론·NEC·도시바·인피니언 등 국내외 6개 메이저 메모리반도체업체들이 지난달 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시에서 개최된 「인텔 개발자 포럼」에서 이 제품의 개발 및 보급에 따른 비용절감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새로운 그룹을 결성한 것이다.

 반도체시장을 이끌어 오고 있는 주력업체들이 그룹을 결성, 인텔·램버스사 등과 협력하면서 다이렉트 램버스 D램 보급 확대에 최대 걸림돌로 예상되는 시스템 비용절감을 위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여 그동안 제품출시가 늦어진 램버스 D램 시장형성을 앞당기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C133 싱크로너스 D램

 「PC133」은 전세계 시장의 주력 메모리반도체인 싱크로너스 D램의 클록속도를 기존 100㎒(PC100)에서 133㎒로 높여 지원하는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으로 칩세트가 이 역할을 담당한다.

 인텔은 새로운 CPU를 개발할 때마다 이를 지원하는 칩세트도 함께 선보이면서 시스템 규격을 주도, 메모리반도체업체의 정책수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시스템 규격에 있어 인텔의 독점적 지위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인텔은 당초 「PC100」을 지원하는 SD램에서 600∼800㎒를 지원하는 다이렉트 램버스 D램으로 이행을 촉구했다.

 하지만 전세계 반도체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인텔의 강력한 의지는 램버스 D램 도입에 따른 후공정업체의 설비비용 부담이라는 암초에 걸려 주춤했다.

 이 틈을 타고 등장한 것이 「PC133」으로 대만 비아(VIA)가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비아는 지난해 말부터 100㎒ SD램에서 램버스 D램으로 바로 넘어가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비용 부담도 크다며 전세계 메모리반도체업체들을 대상으로 PC133 규격의 SD램과 266㎒의 DDR SD램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상당한 동조세력이 등장했다. 인텔에 종속되기를 꺼리는 한국·일본 메모리반도체업체들이 PC133 규격의 SD램을 잇따라 개발, 삼성전자·후지쯔·미쓰비시전기 등이 지난 4월부터 본격 양산체제에 돌입했다.

 비아는 이에 맞춰 지난 4월부터 CPU와 클록속도는 66∼133㎒를, SD램과는 100·133㎒를 지원하는 칩세트 「프로(Pro) 133」의 대량 양산체제에 돌입했다. 또 오는 10월부터는 266㎒의 DDR를 지원하는 칩세트 「프로 266」도 공급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인텔 호환칩업체인 AMD의 차세대 프로세서인 「K7(애슬론)」을 지원하는 칩세트 「KX133」을 발표했는데, 이 제품은 SD램과는 PC100·133을 유지하면서 CPU와 클록속도는 200㎒로 높아졌다.

 특히 그동안 칩세트사업만을 하던 비아가 인텔 호환칩업체인 사이릭스와 IDT사를 최근 잇따라 인수, 국내외 반도체업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인텔도 이같은 상황을 방관하지 않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

 램버스 이외의 대안을 무시해 왔던 인텔이 지난 8월31일 미국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에서 개최된 「인텔 개발자 포럼」에서 「PC133」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공식 표명했으며 이달 중으로 이를 지원하는 칩세트도 선보일 계획이다.

 반도체시장 분석가들은 『당초 램버스 D램이 등장할 경우 SD램의 시장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PC133」의 등장으로 SD램과 램버스 D램은 당분간 시장에서 공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DR 싱크로너스 D램

 DDR 싱크로너스 D램은 램버스와 PC133에 비해 다소 중량감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차세대 메모리 표준의 강력한 후보다.

 DDR 싱크로너스 D램은 한번의 클록신호에 한개의 정보를 주고 받는 기존 메모리의 상식을 파괴해 한번에 두개의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기존 메모리속도를 배로 늘리도록 설계한 것. 즉 「한번의 구령으로(클록신호) 한개의 정보를 보낸다」는 메모리구조의 상식을 깨뜨린 새로운 표준이다.

 컴퓨터 내부의 동작리듬에 맞춰 정보를 주고 받는다는 점에서는 기존 싱크로너스방식과 같지만 한번의 동작리듬에 두개의 정보를 주고 받는다는 것이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특히 DDR방식은 컴퓨터 하드웨어 플랫폼의 변경없이 기존의 싱크로너스 D램과 호환할 수 있다는 독특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메모리업체들이 공동으로 마련한 공개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특정 업체의 특허에 따르는 부담이 전혀 없다는 점도 DDR 싱크로너스 D램의 시장전망을 밝게 보는 또 다른 이유다.

 올해 초만 해도 램버스 D램의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했던 DDR는 인텔의 램버스 지원이 가시화되면서 경쟁대열에서 상당부분 멀어졌다.

 하지만 램버스 D램에 대한 D램 및 컴퓨터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어지면서 램버스 D램의 궁극적인 대안으로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얼마전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의 강력한 후보였던 다이렉트 램버스 D램의 상용화가 칩세트 개발 지연으로 주춤거리고 있는 틈을 타고 국내 반도체 3사를 비롯한 세계 유력 D램업체 20여개사가 기존 DDR 싱크로너스 D램의 성능을 대폭 개선한 DDR2 규격의 표준화를 공동 추진키로 함에 따라 차세대 고속 D램을 둘러싼 표준화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들은 AMI2(Advanced Memory International Inc.)라는 비영리 법인을 결성, 다이렉트 램버스 D램에 대항할 새로운 고속 D램 규격 표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AMI2측은 DDR와 DDR2 규격의 표준화 및 시스템 채택을 위한 작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PC133 표준화 작업도 병행, PC133과 연계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향후 DDR 성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에는 DDR방식 제품의 우수성이 인정되면서 그래픽 처리용 메모리로 채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DDR 진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DDR 싱크로너스 D램은 현실적인 대안인 PC133과 이상적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램버스 D램 사이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시장개척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