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인터넷 시장과 기업의 자세

한장섭 산업자원부 산업표준정보과장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한 가구회사에서 광고문안으로 사용해 유명해진 말이다. 짧은 문구지만 참신한 표현이 매우 인상적인 광고였다.

 우리나라 인터넷기업 가운데 광고를 보면 돈을 준다는 참신한 발상으로 유명해진 어느 기업인이 그와 비슷한 표현을 쓴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일이 있다. 「인터넷은 기술이 아닙니다. 시장입니다.」

 인터넷이 오늘날과 같은 문명의 총아로 발전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기반기술을 개발해 기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넷스케이프를 만든 마크 앤드릭슨 등 일부를 제외하고 실제로 인터넷으로 돈을 벌어 이름을 날린 사람들은 인터넷 기술을 개발한 사람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와 같이 이를 전자상거래로 발전시켜 사업화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인터넷을 기술이 아닌 시장으로 보았다.

 7월 현재 우리나라의 인터넷 사용인구는 5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에 관심있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500만명의 인터넷 사용자란 서울의 절반 규모 또는 대구와 인천을 합한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탄생한 것과 같다고도 볼 수 있다. 또 인터넷 이용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말에 행한 어느 조사에서는 최근 1년 내에 처음으로 인터넷에서 쇼핑을 경험한 사람이 7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전자상거래 시장의 신규 고객이 급속히 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수적 증가에 힘입어 2003년에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전세계적으로는 1조 달러를 돌파하고 우리나라도 100억 달러 가까운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 시장 안에는 일반 소비자를 상대하는 생활용품 시장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금융시장이 있고 광고시장이 있으며 또 지금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시장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 이 시장과 무관한 기업이란 있을 수 없다. 예전에 기계부품을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 사장이 『우리 회사는 전자상거래와 상관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사장의 생각은 우물안 개구리 같은 것이다.

 지금은 단순히 대기업 거래처에만 납품하는 이 회사가 인터넷과 연결될 경우 순식간에 전세계 기계부품 시장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며, 고품질로 인정을 받는다면 전세계로 제품을 수출하며 도약의 발판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기업간 전자상거래, 또는 CALS 구축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이 새로운 인터넷 시장이 진정한 시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전자거래기본법 등 인터넷 시장의 법체계 기반을 만들었으며, 소비자보호정책 등 제도보완을 적극 추진해 나가고 있다. 우수 사이버몰을 선정해 시상하는 등 시장의 질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 시장을 진흥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을 추진할 「한국전자거래진흥원」도 최근 발족됐다. 전자상거래를 좀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인터넷 속도와 이용요금 등도 개선돼야 할 것이며, 관련 기반기술의 개발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해나갈 것이다.

 인텔의 앤디 그로브 전 회장은 『인터넷 시장을 위해 준비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할 것』이라며 그 시한을 5년으로 예상했다. 오늘날 전화없이 사업하는 사람이 없듯이 5년 뒤에는 인터넷 손님을 맞을 수 없는 기업은 사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IMF체제라는 어려움 이후 재도약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 기업, 특히 중소기업 경영인들과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