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불모지로 인식돼왔던 하이엔드급(고성능)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 국내 네트워크업계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디어링크가 최신 네트워크 기술인 다중프로토콜라벨스위칭(MPLS)시스템을 개발한 것을 비롯해 최근들어 다수의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이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국산화되지 못했던 고성능 장비인 기가비트 이더넷 장비를 대거 출시할 예정이다.
네트워크 분야 벤처업체인 미디어링크(대표 하정율)는 지난달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MPLS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MPLS시스템은 비동기전송모드(ATM) 교환기로 직접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로 시스코시스템스를 비롯한 일부 선진업체만이 시제품을 선보였다.
국내 네트워크업체들이 이미 오래전에 상용화된 제품을 뒤늦게 출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관례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국내 기술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ATM장비 분야에서의 기술자립도 두드러지고 있다. 정보통신부와 업계가 6년여의 개발기간을 통해 지난해 말 국산ATM 주 교환기인 「한빛ACE64」를 개발했으며,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자체 개발한 ATM 에지스위치인 스타레이서를 올초 미국의 통신회사인 텔리전트사에 수출, 본격적인 네트워크 장비 수출시대를 개막했다.
대규모 사업장에 LAN환경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기가비트 이더넷 장비는 이달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미디어링크가 제품을 내놓는 것을 시작으로 많은 네트워크업체들이 제품 출시를 기다리는 상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미디어링크가 공동으로 개발한 이번 기가비트 이더넷 백본장비는 8포트를 기본으로 최대 16개의 기가비트 이더넷 포트와 최대 128개의 10/100M 패스트 이더넷 포트를 지원, 외국 제품에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최대 스위치 용량은 32Gbps급.
콤텍시스템(대표 남석우)은 올해 말 최대 16개의 기가비트 이더넷 포트를 지원하는 워크그룹용 기가비트 이더넷 스위치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밖에 쌍용정보통신(대표 염정태)은 내년 1·4분기에 기가비트 이더넷 스위치를 출시할 예정이며, 케이디씨정보통신(대표 김진흥)도 올해 말 기가비트 포트를 8개 내지 16개 지원하는 기가비트 이더넷 스위치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기술력이 가장 뒤처지는 분야로 평가되는 백본용 라우터도 제품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한국네트워크연구조합이 공동으로 시장조사에 착수했다. 양 기관은 기가비트 및 테라비트 라우터 개발을 위해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현재 미국에 환경 조사차 방문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기관은 오는 2002년에 기가비트 라우터를, 2004년까지는 테라비트 라우터를 개발하는 일정 및 예산을 두고 정보통신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