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하이텔 윈도 동호회 시솝 "고발"

 마이크로소프트(대표 권한대행 고현진)가 PC통신 하이텔 윈도 동호회 대표시솝인 박모씨를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발단은 하이텔의 윈도 동호회를 운영하는 박씨가 지난 7월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 출시한 PC용 운용체계(OS) 「윈도98 세컨드 에디션(SE)」을 PC통신 자료실에 올리면서부터. 박씨는 윈도98 SE 버전이 기존 윈도98의 단점을 보완하는 업데이트판이며 기존 SW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은 개발사의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에 이를 판매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비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이를 자료실에 올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측은 일반에 판매되는 상용제품을 무단으로 자료실에 올리는 것은 불법행위라며 SW를 자료실에서 삭제하라고 요구했으며 박씨는 윈도98 SE 버전을 자료실에서 삭제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담당자와 협상을 벌여 일이 확산되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6일 박씨가 남대문경찰서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으며 이같은 사실이 PC통신에 게재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마이크로소프트측은 『박씨를 고발한 시점은 8월초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법률대리인이 이를 담당하고 있어 정확한 경위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태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박씨가 무단으로 상용 SW를 PC통신 자료실에 올린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특히 검찰과 BSA, SPC 등 불법SW를 단속하는 기관들이 PC통신에 상용 SW를 불법판매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PC통신에 글을 올린 네티즌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박씨가 윈도98 SE 버전의 상용 판매에 대해 대화를 진행하다가 결렬되니까 검찰에 고발한 것이 아니냐』며 이번 사건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보복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PC통신 동호회 운영진이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고발을 당하거나 경고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지난 95년 천리안의 한 동호회 시솝이 윈도95 베타버전을 자료실에 등록해 경고를 받았고 지난해엔 하이텔의 한 동호회가 윈도98 베타버전을 자료실에 등록해 경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윈도98 SE 버전이 과연 판매될 성질의 것이냐 하는 데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번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박씨가 PC통신 게시판에 사과문을 발표하고 상용 SW를 무단 게재한 것의 잘못을 인정하는 등 상용 SW의 불법게재는 잘못됐으나, 대다수 윈도98 SE 버전 사용자들은 이 SW가 윈도98의 업그레이드판이라기보다 윈도98의 버그를 잡고 몇몇 기능을 추가한 단순한 버그패치판이라고 보고 있는 것. 따라서 이를 유상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 역시 기존 「아래아한글97」 사용자들이 「아래아한글97 기능강화판」으로 업그레이드할 때 CD비용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자사의 FTP사이트에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SW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는 SW를 판매하면서도 소비자들을 자사의 허락을 받고 제품을 이용하는 「허가자」로 보지만 윈도 동호회 등은 소비자들이 SW를 구매했기 때문에 「사용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서로의 시각이 엇갈리기 때문에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기자 hj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