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PC게임방 단속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논란까지 일으켰던 PC게임 「스타크래프트」가 이번엔 캐릭터를 비롯한 각종 지적 재산권 문제로 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게임 개발사인 미국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지난달 초 캐릭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주)YNK(대표 윤영석)는 한국통신프리텔의 「N016」 기업광고를 제작한 제일기획이 「스타크래프」에 등장하는 「메딕(위생병)」 캐릭터를 사전허락 없이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지난달 말 서울지방법원에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국내에서 게임 캐릭터나 게임 공략집 등을 둘러싸고 해당 업체들간 마찰이 벌어진 사례는 있었으나 TV광고에 게임 캐릭터를 사용한 것과 관련해 법정 분쟁이 발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YNK와 제일기획이 타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법정으로 문제를 끌고 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스타크래프트」 캐릭터 사용료에 대한 양측의 현격한 입장차이다.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기전 YNK는 제일기획에 「메딕」 캐릭터 사용료로 3억원을 요구한 반면 제일기획은 2000만원을 제시했다.
제일기획은 『50여개에 달하는 「스타크래프트」 캐릭터에 대해 YNK가 블리자드 측에 2년치 로열티로 총 15만 달러(한화 약 1억8000만원)를 지불한 만큼 한 개의 캐릭터에 대해 3억원을 요구하는 것은 독점권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YNK는 『「스타크래프트」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있는 캐릭터가 방송광고에 사용될 경우 1개당 10억원 정도의 가치는 충분하며, YNK의 캐릭터 사업중 TV광고가 가장 비중이 큰 사업』이라고 주장하며 제일기획의 제안을 일축했었다.
제일기획은 일단 문제가 된 광고를 중지했으며 법원은 제일기획 측의 답변과 소명자료를 접수한 다음, 이르면 이번 주말께 판결을 내린다는 입장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하나의 게임 캐릭터가 이같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것은 한편으로는 국내 게임시장이 본격적으로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형태의 사업을 전개할 정도로 커졌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실제로 「스타크래프트」는 확장팩 「브루드워」를 포함, 국내에서만도 80만 카피 이상 판매돼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캐릭터 사업을 비롯한 각종 파생사업이 이 게임 자체보다 훨씬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어쨌든 제일기획은 법원판결 이후 YNK와의 사용료 협상이 타결된다고 해도 수십억원대 규모의 대형광고가 차질을 빚은 데 따른 정상급 광고대행사로서의 이미지에 상처를 입게 됐으며 한국통신프리텔 역시 마케팅 전략에 적지않은 차질을 빚게 됐다.
「스타크래프트」와 관련된 지재권은 캐릭터에 국한되지만은 않는다.
블리자드는 한국내 「스타크래프트 게임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공식업체로 KBK(대표 이동준)를 지정했으며 지난달 29일 1회 대회가 열렸다. 이동준 사장은 『블리자드사가 한국내의 기존 「스타크래프트 게임대회」들이 이 게임의 판매에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는 있으나, 향후 자사의 브랜드와 게임명칭이 남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묵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또 블리자드와 「스타크래프트」 비디오 독점판권 계약을 맺은 (주)알텍멀티미디어는 프로게이머 신주영씨와 이기석씨의 대전 장면을 담아 출시한 바 있다. 이 밖에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공식 공략집」 판권을 미국의 출판사인 「프리마」사에, 소설은 「포켓북」사에 제공했는데, 국내의 영진출판사는 지난 7월 프리마사를 통해 공략집에 대한 독점판권을 확보, 출간를 앞두고 있다.
블리자드가 이처럼 「스타크래프트」와 관련된 독점판권을 여러 업체에 분배함에 따라 블리자드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게임 명칭이나 로고·휘장·캐릭터를 사용했던 기존업체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게임으로 정기 게임대회를 주최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미국을 제외하고 블리자드사의 배를 가장 많이 불려준 시장이 한국인데, 이제는 각종 독점판권계약을 남발해 한국을 자신들의 「봉」으로 취급하려 하고 있다』며 블리자드사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스타크래프트」의 지재권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은 게임업계에 지재권의 잠재력과 중요성을 각인시켜 주고 있으며, 치밀한 준비없이 사업을 전개하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해주고 있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