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카메라시장 "혼전"

 한국코닥과 삼성항공에 의해 주도돼온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말 그대로 춘추전국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35만 화소급이 주류를 이루던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삼성항공이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하며 시장을 주도해왔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80만 화소급과 100만 화소급이 선보이면서 시장 주도권이 한국코닥으로 넘어갔다.

 35만 화소급에서 시장을 장악해온 삼성항공이 100만 화소급 이상 고해상도 제품출시에 차질을 빚은 데다 한국코닥이 100만 화소급 시장을 재빨리 선점하고 모델수를 늘리면서 경쟁사를 따돌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100만 화소급 디지털카메라는 지난해말부터 디지털카메라의 초기상품이던 35만 화소급을 기능과 품질면에서 압도하면서 시장 주도상품으로 부상, 한국코닥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졌었다.

 삼성항공과 아그파·소니·한국후지필름 등이 100만 화소급에 대응한 85만 화소급으로 한국코닥의 질주를 막아보려 했으나 이미 100만 화소급이 소비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한국코닥의 독무대가 오래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100만 화소급 위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데다 시장선점에 성공한 한국코닥이 경쟁사들보다 2배에서 3배나 많은 6개 기종을 출시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속하면서 경쟁사들의 침투를 막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사들의 입지를 철저히 차단하는 한국코닥의 100만 화소급 시장방어전략은 오히려 초고해상도 제품인 200만 화소급의 조기출현을 초래했다.

 100만 화소급에서 커다란 벽을 느낀 한국후지필름·아주포커스·아남니콘·신도리코 등 경쟁사들이 한국코닥에 앞서 지난 6월부터 일제히 초고해상도 제품인 200만 화소급을 출시하는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이 200만 화소급 신제품을 출시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코닥은 100만 화소급 시장이 상당기간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다소 느긋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한국코닥의 안이한 자세는 삼성항공의 35만 화소급 제품이 100만 화소급 제품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던 당시에 겪었던 전철을 되풀이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200만 화소급 제품이 예상보다 급속히 시장기반을 넓혀가면서 100만 화소급 제품을 위협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해 한국코닥은 지난 8월 200만 화소급 제품을 출시하는 등 시장변화에 대처하는 데 돌입했으나 아직까지 과거의 위력을 되찾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코닥이 200만 화소 신제품을 출시한 지 한달이 다돼 가지만 이 시장은 아직까지 수요를 선점한 올림퍼스(아주포커스)·후지필름(한국후지필름)·리코(신도리코)·니콘(아남니콘) 제품간에 우열을 가리기 힘든 치열한 경합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한국코닥은 올림퍼스의 제품명성을 무기로 한 아주포커스와 막강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한국후지필름의 선전에 고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100만 화소급에 이어 200만 화소급에서도 주도권을 쟁취하려는 한국코닥의 공격과 시장선점을 계기로 이 분야 시장을 장악해보려는 한국후지필름과 아주포커스의 재반격, 그리고 혼란의 와중에 영토를 확장하려는 신도리코·아남니콘·소니인터내셔널코리아 등의 공방전으로 치닫고 있다.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당분간 200만 화소급 이상 고해상도 제품이 출현하기 쉽지 않아 조만간 200만 화소급이 주력품목으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기 때문에 영토확장을 노리는 업체들간 경쟁은 갈수록 열기를 더해갈 전망이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