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새턴투자자문 김석한 사장

 새턴은 고대 신화에 나오는 농경의 신으로 땅을 기름지게 하고 수확을 풍성하게 만드는 일을 관장한다. 김석한 새턴투자자문 사장(36)은 이 농경신을 회사명으로 선택한 데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새턴의 투자철학은 내재가치에 투자하는 「Value Investing」입니다. 고수익을 쫓아 공격적으로 사고 팔기보다 우량종목을 골라 장기적으로 안정된 투자모델을 만들고 있죠. 농경의 신이 그렇지 않습니까. 씨를 뿌리고 땀 흘린 만큼 열매를 맺어주죠. 새턴은 미래의 풍성한 수확을 위해 오늘 땅을 가꾸듯 착실하게 중소기업을 길러내는 전문 금융투자기관이 되고 싶습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의 김 사장은 독일로 건너가 정치경제학 공부를 계속하려던 꿈을 접고 금융계에 뛰어들면서 「정직한 시장원리가 지배하는 시장」 「건전한 기업활동이 보장되는 시장」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자고 결심했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려면 무엇보다도 자본중계 기능이 투명하고 합리적이며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그는 믿고 있다.

 새턴투자자문이 문을 연 것은 올 3월. 4명의 금융전문가들이 주축이 됐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증권 법인영업 담당이사를 지낸 김 사장을 비롯, 삼성투신 펀드매니저 박정구 부사장, LG화재 펀드매니저 성인근 이사, 동원증권 증권분석가 이형훈 이사까지 모두 82학번이다. 이른바 386세대들인 셈이다.

 간판급 펀드매니저로 화려한 이력서를 써왔던 이들이 의기투합했다는 것만으로도 업계에 화제가 됐다. 새턴은 발빠른 움직임과 자금 확보력, 그리고 신뢰감을 주는 투자철학으로 요즘 금융가에서 30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7월 출범한 새턴창업투자의 대표도 맡고 있다. 새턴창투는 투자가치가 충분하면서도 기존 금융권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벤처기업들을 발굴해 개인투자가와 연결시켜 주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관계사인 새턴투자자문의 투자분석 전문인력을 이용해 컨설팅 및 금융노하우를 함께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사실 국내여건으로는 창업투자와 자문을 병행할 수 있는 회사가 흔치 않다.

 새턴창투 역시 투자자문 못지 않게 막강한 맨파워로 업계에서 빠르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 회사는 이상승 서강대 교수, 양영태 변호사, 인터넷 관련업체 에이메일 백동훈 사장이 사외이사로, 자문단에는 실리콘밸리 현지 벤처캐피털에서 경력을 쌓은 후 서울방송(SBS) 머니센스 진행을 맡고 있는 문규학씨(정보시대 대표, 야후코리아 사외이사)를 비롯, 임종태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산업기술팀장, 고병기 광운대 교수의 이름이 올라있다.

 김 사장은 『재무·회계·세무·컨설팅 등을 종합 지원함으로써 투자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단순한 자금지원 차원을 넘어서 기업의 CFO 기능을 대신해주는 것이 새턴창투의 목표다.

 김 사장은 인터넷과 멀티미디어, 디지털TV 관련주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생명공학과 신소재 산업 분야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다. 앞으로 새너제이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외국자본도 유치할 계획이다.

 그는 새턴의 발전 모델이 「록펠러 재단」이라고 말한다. 투자전문회사로 성장한 후 투자철학에 공감하는 후진을 양성하고 그 다음엔 재단을 설립해 공익사업을 펼치는 게 김 사장을 비롯한 새턴 금융전문가들의 꿈이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