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PC는 단순함이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를 주도할 PC의 모습이 최근 잇따라 공개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부분은 지난주 인텔이 인텔개발자 포럼행사에서 공개한 「이지(Easy) PC」 스펙이다.
내년 인텔이 시장에서 드라이브를 걸 새로운 콘셉트 PC 개념인 이지 PC는 크게 세가지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첫번째는 플로피디스크가 사라진다는 것. 인터넷과 통신의 활성화, 대용량 저장수단으로서 CDRW의 등장으로 플로피디스크의 효용은 이미 거의 사라진 상태다. 효용은 사라졌지만 플로피디스크의 퇴장은 PC의 역사에서 한 획을 긋게 되는 부분이다. XT급 PC 시절 5.25인치 플로피디스크 두 개가 시스템을 운용하는 기본이 됐고, AT시절에도 5.25인치와 3.5인치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가 번갈아 가며 PC의 가장 중요한 이동형 저장매체로 사랑을 받아왔다.
플로피디스크가 사라지게 되면 앞으로 인터넷을 통한 저장 서비스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CDRW 및 광저장장치의 이용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PC 이용문화에 커다란 전기를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번째는 ISA 포트의 소멸이다. 이미 일부 메인보드업체들에서 ISA 슬롯이 제거된 메인보드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아예 칩세트 차원에서 ISA 슬롯을 지원하지 않게 돼 AGP와 PCI 슬롯만이 남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ISA 슬롯의 존재가 특별히 시스템 성능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PC가 좀더 단순한 구조로 탈바꿈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시리얼이나 패럴렐 포트처럼 기존 프린터, 마우스 등의 주변장치를 연결해 주던 포트를 모두 USB 포트로 교체한다는 것. 이미 인텔은 360∼480Mbps의 속도를 낼 수 있는 USB 2.0 규격을 발표한 바 있어 가전제품과의 연결을 위한 표준인 IEEE1394에 버금가는 속도를 낼 수 있게 돼 USB 주변기기의 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리얼이나 패럴렐 포트가 사라지고 USB로 통일되면 주변장치에 대한 드라이버 지원이 편리해진다. 올해 말 출시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2000과 내후년 출시될 차세대 데스크톱 운용체계인 넵튠이 채택할 WDM32 표준이 일반화되면 USB 주변기기를 비롯, PC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주변장치들에 대한 드라이버 설정이 쉬워져 PC의 가전화가 더욱 촉진될 것이다.
이같은 인텔의 새로운 규격은 「플렉스 ATX」라는 새 메인보드로 구체화될 예정이다. 플렉스 ATX는 e머신스 등 기존 저가형 PC에 사용돼오던 「미니 ATX」보다도 25% 정도 작아질 것으로 보여 PC의 소형화에도 한몫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모뎀이나 사운드카드, 그래픽카드 등이 모두 메인보드에 내장하는 것이 큰 추세로 자리잡고 있어 2000년대 PC의 모습이 더욱 단순화될 것이다.
일단 이 정도의 기술만 적용되도 PC의 모습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얇은 PCB 패널에 CPU와 메모리 정도만 장착하고, 그 밖의 모든 장치는 메인보드에 내장할 수 있게 된다. 마우스와 키보드, 조이스틱, 프린터 등의 외부 주변장치들은 모두 별도의 USB 허브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PC에는 한개의 포트만 연결하면 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대용량 저장장치인 CDRW 정도만 외부로 노출될 뿐 모든 장치는 한장의 보드에 들어갈 수 있어 결국 TV와 별 차이 없는 모습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PC의 모습은 기존의 데스크톱 형태에서 크게 달라져 인텔이 이미 올해 초 선보였던 아즈텍처럼 피라미드 모양이 될 수도 있고 모니터 일체형의 TV모양, 오디오시스템의 한 부분으로도 될 수 있는 등 기능은 PC지만 모양은 PC가 아닌 방향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