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한국(BK)21」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이 확정·발표된 지 10여일이 지났다. 전국의 대학들이 여전히 이 사업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시끄럽지만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이제 소모적인 찬·반 논쟁보다 이 사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인 것 같다.
먼저 이 사업의 기본 취지를 보면 「세계적인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학교를 선정,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집중 육성하는 한편 지방 우수 대학과 전문 대학원 지원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7년간 총 1조4000억원을 투입하는 대학원 중심 대학에는 예상했던 대로 서울대를 비롯해 포항공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대거 선정됐다.
또 전국을 9개 권역으로 나눠 각각 1, 2개 컨소시엄을 선정, 연간 500억원을 지원하는 지역대학 육성사업에서는 정보기술 분야에서 경북대와 충북대가 각각 주도한 컨소시엄이 선정된 것을 비롯해 부산대, 대전산업대, 충남대(이상 정보통신), 강릉대(멀티미디어), 전북대(전자정보), 부경대, 영남대, 전남대, 경상대(기계 및 메카트로닉스)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이 밖에도 전문 대학원을 육성하는 특화사업에서는 영상분야에 서강대와 중앙대, 아주대와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정보통신석사 전문인력 양성), 이화여대(과학기술 여성인력 양성), 호서대(벤처경영), 국민대(자동차, 디자인), 경기대(디자인) 등 12개 사업단이 선정돼 연간 150억원을 받게 됐다. 또 총 345억원이 투입되는 핵심분야 지원사업에는 332개 팀이 신청, 이 가운데 241팀이 최종 지원대상으로 선정됐다.
교육부는 이 사업에 83개 대에서 분야별로 443개 사업단을 구성, 신청했으며 서류심사와 사업단 설명회 평가, 해외 자문단 평가 등 다단계 심사를 거쳐 지원대상을 선정했다고 설명한다.
교육부는 또 일단 선정된 대학에 대해서는 7년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을 바꿔 2년마다 정기적으로 중간평가를 실시, 성과가 부실한 사업단은 탈락시키고 새 사업단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지역 우수 대학으로 선정된 부산대 조환규 교수(정보컴퓨터공학부)는 『지역 우수 대학에 지원하는 예산이 4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절반이나 깎인 데다가, 그것도 컨소시엄을 구성한 3개 대학이 공평하게 나눠 써야 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학교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서울대·포항공대·KAIST 등의 대학이 앞으로 연구 프로젝트팀을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구성함으로써 지방의 실력 있는 교수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학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예산 집행항목에 등록금을 보조하는 외에 심지어 학부 학생들의 해외연수 비용까지 부담하라는 교육부의 방침은 「난센스」라는 것이다.
또 KAIST 부설 과학영재교육연구소 이군현 교수(교육학)도 『이번에 선정된 결과를 보면 이공계 대학, 그 중에서도 정보통신 분야를 집중 지원하는 반면 다른 분야는 소홀히 한 감이 든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면 정보기술 및 정보통신 분야에서 수십 개 대학이 선정됐지만, 정작 컴퓨터와 인터넷 등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교육공학은 처음부터 그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모든 학문의 기본이며 정보통신 분야에서도 암호학 연구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수학의 경우에도 BK21 사업에서는 마지못해 1, 2개 학교를 끼워주는 정도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교육 당국자들이 귀담아 듣고, 앞으로 BK21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적극 반영해야 할 귀중한 충고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