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포기한 화합물반도체 사업 중소기업이 명맥 잇는다

 지난해 대기업의 잇따른 사업 철수로 명맥이 끊겼던 국내 화합물반도체 사업을 중소기업이 이어받아 재개하고 있고 현대전자도 기존에 포기했던 화합물반도체 사업 지속을 검토하고 있어 메모리 편중의 국내 반도체산업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진반도체와 광전자반도체는 갈륨비소(GaAs) 등 화합물 소자를 이용한 반도체 생산을 위해 설비를 구축, 본격 양산에 나서고 있으며 법정관리절차를 밟고 있는 CTI반도체도 최근 수주물량이 크게 늘어 생산이 활기를 띠고 있다.

 우진반도체(대표 김우진)는 지난해 초 국제상사 전자사업부가 포기했던 화합물반도체 사업을 이어받아 이르면 올해 말부터 생산에 착수할 예정이다. 정보통신업체인 우진전자통신이 출자해 98년 9월 설립된 이 회사는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국제상사의 화합물반도체 공장을 98년 9월부터 임대, 3인치 웨이퍼 생산라인을 4인치로 교체하는 등 라인정상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설립과 함께 국제상사 전자사업부 인력 60명을 영입했으며 외국 업체와 기술제휴해 디자인 라이선싱을 통한 웨이퍼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법정관리중인 국제상사의 회사정리계획안 인가결정이 나는대로 시흥공장을 매입할 예정』이라며 『현재는 공장정상화 작업이 거의 완료된 단계여서 인수가 완료되는대로 4인치 웨이퍼를 기준으로 월 400개의 생산능력을 100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전자반도체(대표 조장연)는 미국 모토롤러로부터 화합물반도체 생산과 관련된 장비 일체를 구매, 월 10만개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지난 6월부터 갈륨비소를 이용한 정류기(렉티파이어) 양산에 착수했다.

 이 회사는 현재 생산되는 전량을 미국 루슨트테크놀로지스에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해 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공동으로 개발한 고주파단일칩집적회로(MMIC)도 내년 중반부터 자체 생산할 계획이다.

 CTI반도체(대표 장석규)는 법정관리 상태지만 올 상반기에 미국 레이시온사로부터 반도체 원자재 일체를 제공받아 이동전화기에 필수적으로 내장되는 갈륨비소 소재의 파워 앰프와 업다운 컨버터 등을 지속적으로 조립 가공해 2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이 회사는 최근 한국전자를 비롯한 국내 업체로부터 조립가공 물량을 수주, 상반기 30%에 달했던 공장가동률이 최근 50%를 넘어서는 등 활기를 띠고 있다.

 또 한국엘피이(대표 김영상)가 화합물 광소자를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3인치 에피웨이퍼를 생산하고 있으며 삼성전기·LG전자 등 대기업이 적색 레이저다이오드(LD) 등 화합물 광소자 생산을 늘리고 있다.

 현대전자(대표 김영환)는 지난해 초 중단했던 통신용 레이저다이오드(LD) 및 포토다이오드(PD)칩 등 광부품개발 사업의 지속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전자의 한 관계자는 『LG반도체 인수와 함께 비메모리반도체 사업을 일원화할 예정인데 비메모리반도체 중단기 계획을 수립하면서 기존 화합물반도체 생산재개 여부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