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방송사들의 TV뉴스 보도는 영국·미국 등 선진 방송사들의 TV뉴스와 달리 사건의 발생 과정과 결과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으며, 원인·반응·대안제시 부분은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 방송사들은 BBC·NBC 등 외국 방송사들에 비해 훨씬 많은 기사 아이템을 뉴스 보도 시간에 취급하고 있으나, 기사 한 건당 보도 시간이 매우 짧아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보도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 10일 한국방송진흥원(원장 이경자) 주최로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 저널리즘의 현주소와 보도 철학의 재정립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한국언론재단의 손승혜 연구위원은 「한국 TV저널리즘의 내용과 뉴스 가치」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국내 방송사 뉴스 보도의 문제점을 이같이 지적했다.
우선 우리나라 방송사들이 취급하는 뉴스 보도건수는 영국의 BBC나 미국의 NBC에 비해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14일치 메인 뉴스를 분석한 결과 전체 기사건수는 1229건으로 1일 평균 29.26건의 아이템을 보도했으며, 방송사별로는 KBS 482건(1일 평균 34.42건), MBC 418건(〃 29.85건), SBS 329건(〃 23.5건)의 뉴스를 보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개 방송사의 1일 평균 보도시간은 39.7분이며 기사 1건당 평균 보도시간은 81.42초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BBC와 NBC 뉴스는 뉴스 항목수가 적은 반면 기사당 평균 보도 시간은 길었다. BBC는 1일 평균 12.71건의 아이템을 보도했으며 기사당 평균 보도 시간은 114.3초였다. NBC는 1일 평균 9.14건으로 평균 보도시간은 119.2초였다. NBC는 뉴스 프로그램 전후에 중간광고가 붙어 실제 뉴스 전달시간은 20여분에 불과했다.
이같은 결과치는 우리나라 뉴스가 상대적으로 많은 기사 건수를 보도하고 있으나 보도 내용이 피상적으로 다뤄질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보도 내용의 심층성을 알아보기 위해 기사의 「복합성」을 「원인」 「과정」 「결과·현상」 「반응·해석」 「해결방안·대안제시」 등 5가지 범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뉴스는 「과정」과 「결과」의 범주가 복합적으로 구성된 뉴스가 전체 뉴스의 51.7%를 차지한 데 비해 BBC와 NBC는 이 비중이 각각 36%와 23.4%에 불과했다.
반면 BBC와 NBC는 「원인」 「과정」 「결과」의 범주로 복합 구성된 뉴스가 각각 38.2%와 37.5%를 차지해 우리나라의 19.7%에 비해 높았다.
「원인」 「과정」 「결과」 「반응」 「대안」 등 5가지 범주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기사건수는 NBC가 전체의 6.3%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2%에 불과했다. 이같은 결과치를 놓고 볼 때 우리나라 TV뉴스가 일반적으로 BBC나 NBC에 비해 사건의 원인이나 해석 등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기사를 주제별로 분류한 결과 국내 방송사가 가장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뉴스는 정치 뉴스(15.3%)며 다음으로 경제·산업(13.1%), 범죄·경찰(11.8%), 사고·재난(8.3%), 국제정치(5.9%)순이었다.
주제별 보도량을 보면 정치기사(BBC 16.9%, NBC 14.1%), 범죄·경찰기사(BBC 12.1%, NBC 14.1%)의 비중은 외국 방송사들도 높았으나, BBC는 국제정치(15.7%), NBC는 보건복지(17.2%)가 정치·범죄 관련 기사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 연구위원은 특히 국내 TV뉴스는 부정성·저명성·갈등성이라는 뉴스 가치를 중심으로 아이템이 구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손 연구위원은 출입처 중심의 취재 관행, 보도자료에 대한 높은 의존도, 방송사의 정치적 성격과 공정성의 문제 등을 국내 TV 뉴스 보도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