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산업전자 신기술의 산실 (23);아이지시스템

 「마이크로프로세서개발장비.」

이른바 MDS는 일반인에게는 낯설지만 반도체를 이용해 각종 시스템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나 개발자에게는 꼭 필요한 제품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자체 기술로 개발된 MDS 제품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미국·유럽과 비교해 크게 낙후돼 있다. 「반도체 강국」이라는 명성에 비해 개발장비 분야는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이러한 척박한 국내 환경에서 MDS분야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업체가 바로 아이지시스템(대표 김창균)이다.

 대부분의 MDS 관련 업체가 외국 장비를 수입해 판매하는 유통업체지만 이 회사는 자체 기술로 직접 생산한 제품만을 고집해 오고 있다. 올해로 설립된 지 채 1년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 기업이지만 기술력만큼은 이미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4비트와 8비트 제품을 지원하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인 인서킷 에뮬레이터와 디버거를 개발해 반도체업계와 제조업체 개발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롬에뮬레이터 등 분야별 국산화는 이뤄졌지만 이같이 MDS와 관련한 모든 장비와 프로그램을 국내 기술로 개발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오픈아이스(OPENice)」라 이름붙인 이 시스템은 외산에 비해 가격을 크게 낮춰 성능과 품질면에서 손색이 없어 출시되자마자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 회사는 장비 사용상 문제 발생시, 또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할 때 이를 원격으로 처리할 수 있는 「온스크린 FAQ」기능의 제품까지 내놓으면서 인터넷을 통한 원격 애프터서비스(AS)시대를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 김창균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MDS개발에만 10년 넘게 몰두해 오면서 국내 MDS분야의 산 증인이라 일컬을 정도로 지명도를 갖춘 인물이다. 대부분의 연구원도 김 사장과 동고동락했던 삼성전자 출신일 정도로 오랜 세월동안 MDS분야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인물들이다.

 『외국에는 연구원만 200∼300명을 둔 전문 MDS기업이 수두룩 할 정도로 시장도 크고 업체도 많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개발업체가 다섯 손가락안에 꼽힐 정도로 드문 실정입니다. 물론 시장도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아이지시스템이 국내보다는 세계시장을 겨냥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자신있게 회사 비전을 이야기하는 김 사장은 『국내보다는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수출 드라이브를 통해 회사 매출의 40%이상을 수출물량에서 확보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늦어도 올 하반기 안에 MDS장비 가운데 최고 제품이라는 RISC칩과 32비트 ARM코어 칩 지원용 솔루션을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이미 상용화를 위한 최종 개발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

 그는 MDS분야를 『남이 개척하지 않는, 그러나 누군가가 해야 할 분야』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올해 2억원, 내년 10억원 등의 성장세를 살려나가면서 2005년께 100억원대 매출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기술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의욕을 내비쳤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