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IC카드산업 육성방안

이상덕 IC 카드연구조합 사무국장

 IC카드는 마그네틱카드의 단점인 수록정보의 위·변조를 방지하고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럽 금융권 등에서 도입한 것이 시초가 됐다. 시대의 요구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맞아 떨어진 역사적 산물인 것이다.

 국내에는 지난 88년 삼성전자·LG정보통신 등 대기업이 태스크포스를 구성, 스마트카드를 도입함으로써 소개됐다. 처음에는 출입통제 등의 분야에 IC카드시스템을 구축, 운용하면서 국내 업계는 경험을 축적하게 됐고 점차 적용범위를 확대해 왔다. 이에 따라 삼성·LG·현대 등 반도체3사와 일부 중소기업들은 행정전산망 보안, 공중전화카드, 전자주민증, 금융카드, 교통카드 등 다양한 분야를 개척한 것이다.

 그러나 IC카드는 아직도 대다수 국민에게 생소하게 여겨지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지금까지 추진돼 왔던 대규모 프로젝트가 연기·중지되고 말았다. 여기다 IMF 위기는 「불난 데 기름붓는」 정도의 충격파를 던져줘 업계 전반에 극도의 침체 분위기를 조성한 게 사실이다.

 미래 사이버사회의 안전한 정보통신인프라를 제공할 IC카드 산업을 이대로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위축된 국내 IC카드 산업의 육성을 위해 정부·국민·산업계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발벗고 나서야 하는 시점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내 정보산업은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에 따라 발전과 쇠락이 결정돼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IC카드의 고향으로 여겨지는 프랑스에서도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경제적 지원이 뒷받침돼 성공적으로 정착된 것이다. 대다수 선진국들도 대형 IC카드 관련 프로젝트를 정부 주도로 추진하면서 기술적·정책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IC카드에 대한 시스템 운용주체들의 올바른 이해도 중요하다. 애초에 시스템 설계가 잘못될 경우 장기간에 걸쳐 기형적으로 운용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국가적으로 치러야 할 경제적·기술적 비용은 막대하기 때문이다. IC카드는 개인들이 휴대하는 일종의 정보통신인프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같은 이유들로 인해 비자·마스타·유로페이 등 세계적인 신용카드사들과 정보통신 업체들은 현재 국제적인 호환성을 담보하는 IC카드를 개발하기 위해 서로 협력관계를 구축,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한국은행·금융결제원 등이 국내 금융권과 공동 추진중인 한국형전자화폐(KEP)는 애초부터 시스템이 폐쇄형으로 설계돼 우려를 더하고 있다. 개방성·확장성을 확보하지 못한 IC카드 프로젝트는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어 IC카드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불신과 산업위축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더욱 강조돼야 하고, IC카드는 유력한 기술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은 인터넷 전자상거래 등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면서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나 이에 따른 각종 부작용도 곧 크게 불거질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개인정보보호 문제다. 아직은 전자상거래 환경이 미숙하고 마땅한 기술적 대안이 없는 실정이지만 IC카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독자적인 IC카드 기술력을 확보하고 관련 사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체계적인 육성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정부의 지원정책과 적극적인 기술개발 및 연구개발투자는 다가오는 새로운 밀레니엄에 국내 IC카드 산업이 전성기를 맞을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