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아무리 능숙하게 하는 운전자라도 길을 모르면 맹인과 마찬가지다.
특히 도로망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대도시에서는 안내표지판을 따라가는 것도 여간 어렵지 않다. 자칫하면 일방통행로에 역으로 진입해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운전자들의 가장 큰 소망은 몇 년 전 「전격Z작전」이란 TV시리즈물에 등장했던 「키트」라는 자동차의 출현이다. 키트는 주변의 지형을 파악해 길을 알려주거나 핸들을 잡지 않아도 스스로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환상적인 자동차다.
이같은 운전자의 소망이 조만간 이뤄질 것 같다. 첨단 자동차 개발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세계 각국의 자동차업체들이 다양한 운전보조장치를 개발, 상용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내비게이션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차량자동항법장치다. 운전석 앞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차량의 현 위치는 물론 목적지까지 가는 가장 알맞은 경로, 걸리는 시간, 전방도로의 교통상황 등을 알 수 있는 장치다. 여기에 장애물 인식능력과 유도장치 등이 부가되면 키트와 같은 차가 출현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자동차 문화의 획기적인 변혁을 예고하는 조짐은 수없이 많다. 운전자가 가자면 가고 멈추라면 멈추는, 말로 움직이는 음성인식자동차 등 운전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첨단장치의 실용화가 목전으로 다가왔다.
또한 특정 운전자의 체위를 기억시킨 후 단추 하나로 조정할 수 있는 운전자의 위치 자동기억장치, 현재의 자동변속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운전석의 변속박스를 아예 없애버리는 무단변속기, 운전자의 심장박동수와 핸들조작상태 등을 감지해 이상이 있으면 경보를 울리는 졸음운전 방지장치, 레이저광선을 이용해 앞에 가는 차의 속도와 움직이는 범위를 알려줘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레이저 안전시스템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기술개발경쟁에 국내 자동차업계도 나서고는 있으나 아직 미국·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격차가 크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업계가 글로벌시대의 경쟁상대인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