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술동향> 브라운관 수준 선명한 화질 실현

 액정표시장치(LCD)로 브라운관(CRT) 수준의 휘도와 화질을 실현하려는 LCD업계의 오랜 숙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일본 마쓰시타전기산업이 LCD의 최대 휘도와 콘트라스트비를 실현할 수 있는 「액정AI(Adaptive Brightness Intensifier)」라는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백라이트의 밝기와 각 화소의 광투과율을 연결선상에서 제어함으로써 CRT 수준의 화질을 실현한 것이다.

 지금까지 LCD는 브라운관에 비해 화질이 뒤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검정색을 표시할 경우 광원인 백라이트에서 나오는 빛이 광셔터 역할을 하는 액정을 투과하면서 약간 흐릿해진다. 이른바 「서브머린」이라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때문에 검정색을 표시해야할 부분이 회색을 띤 검정색으로 표시됐던 것이다.

 이것이 원인이 돼 지금까지 개발된 일반 LCD의 콘트라스트비는 대개 브라운관의 1 대 400∼500 정도보다 훨씬 낮은 1 대 200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또 최대 휘도면에서도 브라운관의 경우 ㎡당 400∼500칸델라지만 LCD의 경우 200∼250칸델라 수준이 고작이었다.

 LCD의 최대 휘도를 끌어올리는 방법으로는 백라이트의 휘도를 높이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이럴 경우 최대 휘도는 향상되나 소비전력이 크게 늘어나고 서브머린 현상도 더욱 심해지는 폐단이 있다.

 그래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쓰시타가 개발한 것이 액정AI라는 기술이다.

 마쓰시타는 전용 대규모집적회로(LSI)에 칩을 하나 더 탑재함으로써 브라운관 수준의 동영상을 실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LCD의 소비전력도 종전에 비해 30% 가량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마쓰시타는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의 화질을 브라운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플라즈마AI」라는 기술을 개발, 자사의 42인치 가정용 PDP TV인 「플라즈마T」에 적용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액정AI 기술을 LCD에 적용함으로써 화질을 높이고 LCD의 용도를 PC용 모니터 외에 TV 등 영상기기로 넓혀나갈 것을 꾀하고 있다.

 액정AI는 우선 동영상의 최대휘도와 평균휘도를 감지해 거기에 맞춰 백라이트의 밝기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것이다. 이 기술을 15인치 LCD에 적용할 경우 밝은 장면에서는 최대 휘도를 자사의 종전 제품에 비해 1.4배나 높은 350∼400칸델라까지 끌어올리고 어두운 장면에서는 최소 휘도를 3분의 2 수준인 0.7∼0.8칸델라로 낮췄다. 콘트라스트비도 1대 400∼500으로 브라운관 수준을 실현했다.

 일반적으로 백라이트로 사용하는 냉음극관 형광램프는 전류를 높임에 따라 밝기가 더해진다. 하지만 전류가 어느 정도 높아지면 발광효율이 낮아져 그 이상은 밝아지지 않는 포화상태가 된다. 이 때문에 종전에는 전류를 제어하더라도 형광램프의 밝기를 바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쓰시타는 형광램프에 독자적인 기술을 가미해 영상화면의 변화에 따라 고속으로 응답할 수 있는 밝기 제어기술을 개발했다.

 더욱이 어두운 곳에서 백라이트의 휘도를 낮추도록 함으로써 소비전력을 종전보다 줄였다. 15인치 LCD의 경우 종전의 14W 정도에서 10W 정도로 낮췄다.

 기존에는 어두운 장면을 표시할 경우 각 화소의 광투과율을 낮춰 어두운 색을 표시했다. 이 경우 백라이트의 빛은 LCD에 흡수돼 열로 변하게 된다.

 액정AI 기술을 사용해서 어두운 장면을 표시할 때는 각 화소의 광투과율을 종전보다 높여서 어두운 색을 표시하기 때문에 백라이트의 빛을 열로 버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더구나 램프를 어둡게 하기 때문에 검정색을 표시할 때 LCD를 투과해서 밖으로 새는 빛이 적어 서브머린 현상이 줄어들고 제대로 된 검정색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밝게 해야할 장면은 밝게 하고 어둡게 해야할 장면은 어둡게 함으로써 생생한 영상을 표시할 수 있다.

 마쓰시타는 이번에 새로 개발한 LSI를 당분간은 자체 조달용으로 생산할 계획이지만 타업체의 수요가 있을 경우 판매도 할 계획이다. 또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올해 안에 액정AI 기술을 사용한 LCD를 상품화하기로 하고 오는 10월 5일부터 5일간 열리는 「일본전자전」에 시제품을 출품할 계획이어서 조만간 본격적인 실용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