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 리더 (11)

i2 테크놀로지즈스 시드후 회장

 만일 당신에게 볼링공과 의자와 구슬, 머리핀 그리고 잔디에 물을 주는 호스가 있다고 가정하자. 물을 틀어 이 호스 속으로 잡다한 물건들을 넣어 정원 한구석으로 옮겨 놓아야 한다면 누구든지 머리핀이나 구슬을 선택할 것이다.

 볼링공이나 의자를 호스에 집어넣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i2 테크놀로지스 산지브 시드후 회장(42)은 호스와 볼링공에서 힌트를 얻어 제조업체들의 작업공정을 합리화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수학적 알고리듬을 개발했다.

 i2 테크놀로지스의 리듬 패밀리 소프트웨어는 공장의 가동시간과 배달 스케줄, 설비투자 등을 언제 얼마큼 해야 원하는 아웃풋을 만들 수 있는지 프로세스를 설계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10만 달러에서 2500만 달러까지 회사의 규모에 따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솔루션.

 델컴퓨터와 3M을 비롯해 존슨&존슨·코카콜라·포드 같은 세계 굴지의 업체들이 리듬 패밀리를 쓰고 있다. SAP·오라클도 i2의 고객이다.

 산지브 시드후는 인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저명한 화학자였고 그는 부잣집 아이들만 다니는 엘리트스쿨에서 공부했다. 80년 미국 유학을 떠난 시드후는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에서 석사를 마치고 학교 선배였던 레카 싱크와 결혼한다. 그는 케이스 웨스턴 대학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링 석사를 밟다가 그만두고 댈라스에 위치한 TI사의 인공지능 랩에 취직한다.

 인도출신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승진을 거듭하던 88년 어느날, 그는 호스와 볼링공의 콘셉트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마음먹고 회사에 사표를 낸다. 그의 상관은 그대로 있으면 TI의 부사장도 될 수 있는데 왜 바보 같은 짓을 하느냐며 말렸지만 시드후는 자신의 성공을 확신했다.

 시드후는 임신한 아내에게 생계를 맡기고 아파트에 틀어 박혀 인공지능을 이용한 알고리듬에 매달린다. 2년 후 탄생한 리듬은 제조업체가 MRP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하는 일종의 두뇌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뉴올리언스의 트레이드 쇼에서 인정을 받게 된다.

 그는 i2사의 직원들을 「i2′ers」라고 부르며 바다의 거친 파도에 맞서 싸우는 요트팀의 선수들에 비유한다. 사실 시드후는 타고난 뱃사람이다. 그는 6학년 때 「어떻게 보트가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갈 수 있는지 알아오라」는 숙제를 하기 위해 아버지를 졸라 보트타기를 배운 후부터 천부적인 소질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엔 인도 국가대표 요트팀 선수로 활약했을 정도. 수염을 기르고 두꺼운 안경을 써 어딘지 인도의 구도자 같은 인상을 한 시드후는 바람을 가르는 요트의 이미지를 가진 업체로 i2가 기억되기를 바란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