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상표 전자제품 쏟아진다

 지난 7월부터 수입선다변화제도가 전면 폐지되면서 일본 등 외국산 전자제품과의 경쟁에 대비할 무기로 한국형 전자제품 개발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우리말 상표를 단 전자제품이 쏟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17일 특허청 및 업계에 따르면 수년 전부터 식품·의류·화장품 등에서 비롯된 우리말 상표가 「∼나라」 등 히트작을 계기로 상표에 새바람을 불어넣으면서 최근엔 가전 등 전자제품으로까지 이어져 예쁘고 기발한 우리말로 된 전자제품 상표 출원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말 상표가 외래어 상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감이 좋고 친숙해 소비자들로부터 쉽게 기억되는 이점이 있을 뿐 아니라 쉬운 우리말로 제품의 성격을 쉽게 연상시키는 장점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말로 상표를 출원한 전자제품을 보면 「여유만만」 「통돌이」 「수중강타」 「흙냄새」(이상 세탁기) 「맛드래」(냉장고) 「요리조리」(전자레인지) 「한우물」(냉·온수기) 「왕발이」(청소기) 등 상표만 보고도 제품의 종류와 특징을 잘 인지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것이 많다.

 특히 최근엔 가전제품뿐 아니라 전기용품·통신기기·컴퓨터 등에 까지 우리말 상표 출원이 이어져 「똑소리」 「바로바로」 「옹기종기」(이상 컴퓨터) 「가라사대」(휴대형 통신기) 「절전도리」(전기개폐기) 「화기애애」(전화기) 등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우리말 상표바람은 갈수록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수출용 제품의 경우 영어나 외국어 상표로 정하는 것이 이해되나 내수용 제품은 알쏭달쏭한 영어보다 쉽게 제품을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로 하는 것이 되레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며 『실제로 톡톡튀는 우리말 상표로 무장한 제품들이 홍보효과도 높아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허청측도 『근래까지만 해도 외국 유명상표를 영어 스펠링 한자만 바꾸거나 비슷한 칭호로 바꾼 상표로 진부한 마케팅에 나서던 기업들이 최근엔 자체 상표의 개발과 참신성을 원하는 소비자 성향을 파악, 소비생활과 밀접한 품목에서부터 우리말 상표가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