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위기에 빠진 아메리카 드림 모토롤러의 새 도전 (4.끝)

향후 사업전략

 시카고에 있는 모토롤러 센터에 마련된 박물관. 그 중앙에는 이리듐 수신 시스템이 안테나를 둘러싸고 위압적으로 서 있다. 모토롤러는 지난 1928년 자동차용 라디오부터 컬러TV 등 가전제품, 40년대에는 워키토키로 대변되는 무전기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고 80년대에는 반도체, 90년대는 무선전화로 그때마다 일세를 풍미했다. 이제 모토롤러의 미래에 대한 도전은 바로 이리듐인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이 회사는 단지 이리듐만을 위해서는 아니지만 「보장된 미래」를 위해 지난해 6월 조직개편과 경영마인드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었다.

 그 수술에서 모토롤러는 과연 회복되었는가. 또 앞으로 후유증은 없을 것인가.

 크리스토퍼 갈빈 회장(CEO)의 집도결과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와 오스틴에서 본 모토롤러의 모습은 조직이 안정을 되찾았고 사람들은 활력에 넘쳐 보인다. 상반기 실적도 일단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각 부문별로 지난 2·4분기 매출이 7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7% 성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예산 및 비용절감의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반도체 경기 회복, 디지털 무선전화 시장 여건 향상, 엔지니어링 분야 확대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28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PCS는 무려 17%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외부에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 같다. 굳이 이번 경영 성과를 폄하한다면 경영혁신보다는 외부 환경요인에 힘입은 바 크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공룡과도 같은 거구인 모토롤러가 수술대에서 단기간에 일어나 별 후유증없이 뛰어다니기를 바라는 것은 과욕일지도 모른다는 게 주위의 시각이다.

 중요한 것은 모토롤러가 종전까지 제품별로 구분돼 있던 조직을 크게 3개 조직으로 통합한 것이 미래에 얼마만큼 효과를 발휘하느냐, 또 정보통신 환경 변화를 얼마나 잘 예측하고 대응하느냐이다. 이미 고객중심의 경영 마인드로의 변화는 의심의 여지없이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제품별 포트폴리오에 대한 귀추도 관심거리다. 현재 모토롤러의 사업구조를 보면 통신분야가 69%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19%가 반도체, 기타 부품사업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모토롤러는 설립된 이후 항상 미국 산업의 중심부에 서 있었다. 가전과 반도체, 통신을 넘나들며 보여준 변신의 역사는 곧 세계 전자분야 주력 산업의 변천사와 궤를 같이 한다.

 이제 모토롤러는 통신과 운송(자동차)·무선통신·네트워크 등 4개 분야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이리듐은 어쩌면 그렇게 가깝지만은 않은 미래를 위한 대안일지도 모른다.

 모토롤러는 이제 정보통신 분야에서 단위 기기와 시스템, 망의 상호 연계나 통합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다.

 헥터 루이스 모토롤러 반도체 부문 사장은 『인터넷이 지금처럼 활성화할 줄을 5년 전에 누가 알았겠느냐. 앞으로도 무슨 품목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정말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모토롤러는 이같은 점을 인식, 새롭게 변하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방침을 확고히 하고 있다. 그 세부방안으로 핵심 비즈니스에서는 세계적인 리더십을 가지고 파트너십을 통한 토털솔루션 확보, 미래 제품이나 환경에 대비한 플랫폼, 품질 관리를 통한 최상의 품질 유지 등에 경영의 중점을 두는 것 같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점은 모토롤러의 품질관리정책이다. 그동안 모토롤러가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장점 중에서도 제품의 신뢰성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6시그마 품질관리 운동이나 5나인(99.999) 고객만족 프로그램은 모토롤러의 대표적인 장점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가 상당수의 제품을 외주로 돌림으로써 종전과 같은 품질관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외주에 따른 체질 허약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리는 무선 인터넷 기술을 통해 전세계 사람들의 통신방식을 바꾸고 임베디드 반도체가 모든 곳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내도록 미래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 왔습니다.』 크리스토퍼 갈빈 모토롤러 회장의 이같은 최근 발언이 어쩌면 미래에 대한 차분한 도전이 아닐까.

<오스틴(미국 텍사스)=박재성부장 j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