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국 삼성전자 전무(46)가 한국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중학교때 미국으로 이민간 지 만 33년만의 일이다.
김 전무가 제2의 인생을 한국에서 시작하게 된 것은 삼성전자의 해외우수인력 영입계획에 따른 것.
김 전무의 전문분야는 마케팅이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엔지니어 중심의 해외 우수인력을 유치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본다면 마케팅 전문가인 김 전무가 삼성전자, 그것도 사장보좌역이라는 직함을 갖고 영입된 것은 이채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 전무는 텔레비디오, 애시턴테이트, 로터스, 던 & 브래드스트릿, 스펜서 트래스크 소프트웨어 등 세계 유수의 첨단기업에서 마케팅전문가로서 명성을 쌓아왔다.
따라서 새로운 천년에 대비해 마케팅회사를 지향하고 있는 삼성전자에서 그의 몫은 세계 유수의 기업들을 거치면서 쌓은 마케팅 노하우를 삼성전자에 접목시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기술과 생산능력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진정으로 세계 제1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마케팅능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김 전무의 마케팅론의 핵심은 제품개발에서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기업활동이 고객들에게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마케팅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현재의 마케팅은 과거처럼 경영활동에 포함된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하면 안됩니다. 모든 경영활동은 물론 회사의 전략과 비전이 마케팅에 맞춰 질 때 첨단 하이테크시대에서 기업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김 전무는 과거 삼성전자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다며 10년전의 일화를 소개한다.
『10년전에 삼성전자로부터 입사권유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한국 기업들은 마케팅보다는 기술중심의 경영을 전개해왔습니다. 따라서 저같은 마케팅전문가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고 생각해 거부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삼성전자에 들어오기로 결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 삼성전자가 마케팅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이를 실천하겠다는 최고경영자의 의지를 보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삼성전자가 마케팅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한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밝힌 김 전무는 바로 이같은 시대흐름에 맞춘 끊임없는 변신노력이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분석도 내놓는다.
『과거에는 기술만으로 세계 제1의 기업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급변하는 디지털시대에서 기술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기술을 차별화해 고객들에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마케팅이 필수입니다. 고객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마케팅 그것이 디지털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관건입니다.』
김 전무는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루슨트테크놀로지스, IBM 등이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데는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마케팅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김 전무는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회사에는 명성, 소비자에게는 신뢰를 줄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시켜 나가겠다』며 『디지털시대에 삼성이라는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