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에 투자하면 당장 떼돈을 버는 것으로 알고 너도나도 「괜찮은 벤처기업」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누가 벤처기업에 투자해서 몇 달만에 수십배의 수익을 남겼다더라」는 소문이 주식시장 주변에 나도는가 하면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관련 벤처기업들이 인터넷을 통한 주식공모에 나서 불과 30여분만에 몇십만주의 공모주가 동이 나는 등 증권가에는 「벤처열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주식투자가들의 이러한 「묻지마 투자」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벤처기업이 제품을 개발해 상품화하고 판로를 확보, 5년 이후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은 통계적으로 불과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5년 동안 벤처기업이 걸어야 할 길은 한마디로 가시밭길 그 자체다.
벤처기업이 사회적 관심사로 부상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특히 정부와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한 것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오는 2002년까지 2만개의 벤처기업을 만들겠다는 발표가 있고 나서부터였다.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했던 벤처기업 2만개 육성사업을 위해 정부는 단시간에 수많은 정책을 만들어냈고 수천억원의 지원금을 확보했다. 벤처기업을 경제위기로 좌초한 「한국호」를 회생시킬 유일한 대안 중 하나로 인식, 적극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벤처기업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아이디어와 기술 하나로 성공해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처럼 세계적인 갑부가 되고 싶어한다. 이처럼 벤처기업을 통해 성공을 꿈꾸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성공의 열매를 딴 사람은 많지 않다. 그것은 아이디어에서 상품화, 판로확보에 이르기까지, 또 시장확대와 안정적인 사업기반 확보까지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사람들은 기술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영업이나 자금운영 등 기술 외적인 데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많은 벤처기업가들이 우수한 기술을 갖고도 제대로 상품화하기 전에 중도하차하는 비운을 맞기도 한다.
어떤 벤처창업가는 영업이나 자금동원 능력이 있는 동업자와 사업을 시작했다가 이용만 당하고 결국 패가망신하기도 한다. 벤처기업을 창업하기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영업과 자금관리 등의 사업가적 자질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빌 게이츠의 경우 뛰어난 엔지니어임과 동시에 뛰어난 사업가로도 유명하다.
미국에서는 기술을 갖고 창업한 벤처기업가가 사업화에 성공해 어느정도 기업규모를 갖추게 되면 이 회사를 키워줄 능력이 있는 사업가에게 주식을 팔아버리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벤처기업을 해서 유명해진 몇몇 기업가들이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다 결국 도산하고 만 사례가 너무나 많다.
자력으로 창업을 하든 정부지원으로 창업을 하든 창업을 하고 나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가 제품의 양산과 판로확보다. 아무리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면 망하게 마련이다. 벤처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벤처기업들이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시련이 많다.
벤처기업이 우수한 기술력으로 제품을 개발해도 입찰과정에서 까다로운 조건에 의해 심사에서 떨어지는 일이 자주 발생하며 벤처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신기술마크나 특허 등도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판매실적이 없다는 것도 큰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이를 반영할 수 있는 기술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은 코스닥 상장을 통한 도약을 첫번째 꿈으로 삼고 있다. 그동안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의 벤처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주식가격이 수십배 폭등, 유명한 벤처기업 스타로 부상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력 하나만을 무기로 하는 벤처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그 기업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창업투자회사나 공공벤처펀드 등 벤처캐피털이 과감히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기업 성공확률이 매우 낮은 벤처기업을 창업한 후 파산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업활동을 펴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파산법 등을 정비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벤처기업의 경우 이름 그대로 모험기업이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어느 분야보다도 높다고 보아야 한다. 훌륭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파산할 것을 염려해 사업화하지 않는다면 국가적인 손해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파산해도 쉽게 재기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 창업 붐을 촉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20여년간 창업투자 경력을 갖고 있는 한국드림캐피탈의 전일선 사장은 어떤 벤처기업에 투자하는가에 대해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판단 기준은 두가지라고 말한다. 하나는 그 기업이나 기업가의 과거 실적이고 다른 하나는 그 기업가의 정직성이라는 것이다. 정직하지 않은 기업가에게 투자하면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라는 게 전 사장의 설명이다.
갖고 있는 기술이 아무리 우수하고 과거의 실적이 화려해도 기업가의 정직성이 결여돼 있다면 투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말은 벤처기업을 창업해 성공하려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업성공의 열쇠가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술력뿐만 아니라 바른 기업가 정신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