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창간17주년> 이동컴퓨팅.. 정보시대 호주머니 속 "필수품"

 『사막의 낙타 위에서 메일을 작성하고 지구 반대편 바닷가에서 피서를 즐기고 있는 그의 친구가 메일을 읽는다.』 어느 유명한 컴퓨터업체의 꿈같은 광고내용이다. 본격적인 디지털 이동컴퓨팅시대를 예고하는 이같은 광고내용은 이제 먼 훗날의 상상이 아니라 바로 새 천년에 이루어질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동컴퓨터는 인간이 날로 발전하는 컴퓨터 기술을 사무실과 전산실 등 일정한 장소에서만 제한적으로 구현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장소의 제한을 없앤다는 점에서 꿈의 정보기기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이동컴퓨터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정보접근이 요구되는 정보사회화가 급진전될 미래에 가장 보편화될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핸드헬드(H)PC, 개인휴대단말기(PDA) 등을 포함한 전세계 이동컴퓨터 시장규모는 지난 97년 510만대에서 지난해 820만대, 올해 1300만대로 매년 60% 정도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이같은 고속 성장이 지속된다면 이르면 오는 2030년쯤에는 일반PC 시장규모를 능가하면서 이동컴퓨터가 PC를 대체할 포스트 PC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시점이면 이동컴퓨터는 휴대성의 한계에서 비롯되는 기술적인 제한을 극복하고 일반PC에 버금가는 성능을 갖출 것이다.

 현재 차세대 이동컴퓨터로 각광받고 있는 디지털정보기기는 PDA와 HPC. PDA와 HPC는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초기 이동컴퓨터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같은 주도권 경쟁이 성능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이동컴퓨터의 시장 기반을 크게 확대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90년대 초 초기 이동컴퓨터를 주도해온 PDA는 기존 전화번호와 명함관리, 계산기 기능을 갖고 있는 전자수첩에서 출발했으나 최근 다양한 컴퓨팅 기능이 보강되면서 휴대단말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올해에 대거 출시된 제품은 일정관리·명함관리·주소록 등 전자수첩 기능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으며 여기에 인터넷메일 기능, MP3플레이어 기능 등이 추가되고 있다.

 또 기능은 단순하지만 워드 프로그램이 개발돼 장착되는 등 미니 PC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정도다.

 PDA의 이같은 발전은 우선 쓰리콤·제이텔 등 PDA개발업체들이 자체 운용체계(OS)를 바탕으로 여기에 맞는 각종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추진하면서 가능하게 됐다.

 이와 달리 HPC는 기존 PC의 소형화 추세에서 탄생한 제품.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이동컴퓨터용 OS인 「윈도CE」를 탑재하면서 출발한 HPC는 기존 윈도NT·윈도95·윈도98 등 윈도계열의 OS와 호환성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PDA와 태생이 다르다. MS사는 윈도CE에 맞도록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마련해 대거 선보임으로써 HPC의 대중화를 연 것.

 그러나 PDA와 HPC는 이처럼 초기 출발점은 다르지만 현재 성능 개선이 진척되는데다 양진영에서 PC와의 호환을 가능케하는 프로그램이 속속 개발되면서 두 제품의 영역 구분이 점차 무너지고 있다.

 또 초기 HPC에 탑재되던 윈도CE가 PDA에도 탑재되면서 두 제품은 사실상 하나로 통합돼 가고 있는 추세다.

 이동컴퓨터는 현재 연간 1000만대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면서 앞으로 급속도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이동컴퓨터가 갖고 있는 기술적인 한계를 해결하면 보다 빠르게 이동컴퓨팅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컴퓨터는 현재 PDA와 HPC의 영역이 무너지면서 기술발전이 가속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PC를 대체할 수준과는 거리가 멀고 단순히 PC를 보조하는 보조단말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동컴퓨터는 초소형 휴대성을 중시하다보니 PC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있으며 특히 기존 PC에 익숙한 사용자들이 이동컴퓨터를 선뜻 구매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동컴퓨터부품 제조업체들과 이동컴퓨터 제조업체, OS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들이 대대적인 성능 개선에 합류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동컴퓨터의 발전 전망을 밝게하고 있다.

 현재 IBM·NEC 등이 이동컴퓨터용 고속 중앙처리장치(CPU)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LCD업체들도 기존 이동컴퓨터용 LCD에 비해 해상도를 두배(640×480)로 향상시키고 크기를 8인치대로 늘린 제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HP·샤프 등 이동컴퓨터 제조업체들은 최근 기존 제품보다 작아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이동컴퓨터에 대한 발상을 전환해 오히려 크기가 약간 커진 A5사이즈의 제품을 개발했으며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으로 1000달러 이하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MS·오라클 등 이동컴퓨터용 OS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들도 이에 대응, 기존 제품에 없었던 「포켓액세스」라는 이동컴퓨터용 데이터베이스(DB)를 선보이고 기존에 내장됐던 「포켓오피스」 「포켓아웃룩」 「인터넷 익스플로러」 등의 기능을 크게 개선하고 있다.

 이동컴퓨터는 이같은 각 업체들의 노력에 힘입어 앞으로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될 속도로 발전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기술발전으로 하드웨어는 더욱 얇고 가벼워질 것이며 성능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응용프로그램의 개발에 힘입어 용도 또한 한층 다양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미래 이동컴퓨터는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분야의 기술발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디지털 무선통신이라는 기술이 접목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이동컴퓨터 제조업체들이 이동컴퓨터에 무선모뎀을 장착하고 있으며 무선데이터통신을 가능케할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특히 인터넷이 보편화될 미래에는 PC에 버금가는 이동컴퓨터에 통신·인터넷 등이 결합되면서 정보사회의 꿈의 정보기기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무실에서 펜티엄Ⅲ급 PC로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 작업을 하던 현재의 모습이 휴대전화 크기의 소형 컴퓨터를 통해 길거리나 사막의 오지에서 같은 작업을 하는 광경으로 변할 시기가 멀지 않았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