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온어칩(SOC:System On a Chip) 기술이 향후 등장할 각종 정보 시스템의 개념을 바꾼다.」 모든 부품 기능을 하나의 칩에 집적하는 SOC 기술이 고성능·저비용·소형화로 집약되는 첨단 디지털시대의 핵심 부품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만약 수십종에서 수천종의 부품으로 가득차 있는 지금의 PC 주기판과 휴대폰용 컨트롤 보드가 하나의 칩으로 대체된다면 어떤 형태의 시스템이 등장할지 상상해보자. 보청기처럼 사람의 귓속에 들어가는 휴대폰과 손목시계형 PC의 등장도 그리 먼 이야기만은 아니다.「칩이 곧 시스템이고 시스템이 곧 칩」인 새로운 반도체 세상이 오고 있는 것이다.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각자의 주력제품에 부가기능을 결합하는 형태의 SOC 기술개발을 서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복잡한 기능 구현과 단순한 디자인이 함께 요구되는 첨단 디지털시대의 각종 멀티미디어 시스템 제조 경쟁력은 이제 SOC 기술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
최근 세계 반도체 업체들은 「SOC 기술을 먼저 확보하는 자가 향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한다」는 명제 아래 SOC 개발에 사운을 걸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MDL(Merged DRAM with Logic) 등 메모리 중심의 복합칩은 물론 MSP(Multimedia Signal Processor), 그리고 멀티미디어용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총아인 MMX 기술 등이 바로 그 결과다.
특히 세계적인 ASIC 개발업체인 LSI로직의 경우 「더 시스템 온어칩 컴퍼니(The System on a Chip Company)」를 등록상표(TM)로 획득했을 정도로 SOC 기술 분야의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LSI로직은 시스템 온 칩 개발 인프라스트럭처를 위해 코어웨어 설계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다수의 코어웨어를 개발해놓음으로써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이른 시일내에 통합, 제공한다는 것이 코어웨어 설계 프로그램의 취지다.
또한 반도체 코어 전문업체인 ARM은 마이크로 컨트롤러와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서(DSP)의 기능을 복합해 만든 마이크로프로세서 코어를 선보였으며 내셔널세미컨덕터도 아날로그 기술을 적용해 만든 디지털 시스템 온 칩 코어를 최근에 개발했다.
이처럼 각 사마다 주력제품별 무게중심은 약간씩 다르지만 더이상 개별칩 형태로는 멀티미디어시대의 소형화·고속화에 대응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정기술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국내 업체들도 메모리 기술을 바탕으로 시스템 온 칩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 복합칩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0.25미크론 공정을 이용한 메모리 복합칩 개발에 성공, 64MD램에 적용한 데 이어 최근 마이크로컨트롤러와 DSP 통합 회로설계 코어를 개발, DSP 기능을 내장한 8비트용 마이크로컨트롤러를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조만간 메모리, 마이크로프로세서, DSP 등 단품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없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며 따라서 SOC 기술이 향후 반도체 업계의 최대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종 멀티미디어 기능이 집적되는 SOC 기술은 특정 업체가 단독으로 개발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고객이 요구하는 모든 멀티미디어 기능의 회로를 한 업체가 개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회로기술을 외부에서 조달할 수도 있으나 이 경우에도 개발업체에 따른 인터페이스 사양의 차이로 회로체계를 서로 연결하는 데만도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각사의 부품 회로 설계 인터페이스 사양을 통일, 마치 인쇄회로 기판(PCB) 위에 일반 부품을 조립하는 것처럼 다른 회로체계를 간단하게 조립해 넣을 수 있도록 하는 가상부품(버추얼 컴포넌트) 개념의 IP(Intellectual Property) 기술이다.
기존의 물리적 부품(피지컬 컴포넌트)과 대비되는 가상부품은 하나의 시스템보드 위에 개별적으로 장착되던 기존의 물리적 부품과는 달리 마이크로컨트롤러·DSP·PCI 등과 같은 각종 표준형 기능 블록들을 배치프로그램 형태로 제작, 판매되는 부품 설계 관련 기술이다.
이러한 칩 설계용 IP프로그램은 최근 모든 시스템 기능을 하나의 칩으로 구현하는 SOC 기술이 확대 보급되면서 전체 시스템 제조 경쟁력을 좌우할 최고 핵심기술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유럽·대만 등 해외지역 반도체업체들은 새로 개발되는 IP기술을 전세계 단위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단체인 「버추얼 컴포넌트 익스체인지(VCX)」를 설립, 가상 부품기술의 확대 보급과 실제 상품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VCX는 세계 반도체 관련업체들이 각자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관련 IP를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도록 IP 거래소를 만들자는 취지로 설립됐으며 현대전자를 비롯해 모토롤러·인피니언(구 지멘스)·노키아·도시바 등 15개 반도체 제조업체와 케이던스·멘토그래픽스 등 반도체 설계업체, 그리고 IP공급업체들이 이 단체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전자부품연구원을 비롯한 정부 연구기관과 삼성전자·현대전자 등 대기업 및 중소 반도체 설계업체들이 핵심 칩 설계용 IP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함과 동시에 가상부품 관련 국제단체에도 잇따라 가입하는 등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