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주도할 정보통신·멀티미디어·전자부품 기술의 최고 결정체는 누구나 쉽게,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통해 나타날 것이다.』 새로운 천년, 문화산업의 미래를 예견하는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렇게 전망하고 있다. 20세기가 오프라인(OffLine)의 아날로그 문화의 시대였다면, 앞으로 펼쳐질 세계는 인터넷이나 인공위성·이동통신 등 초고속 통신망이나 무선의 전파를 이용한 온라인(OnLine) 시대의 디지털 문화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이같은 미래를 예견하게 하는 각종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세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산업은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다.
영화
지난 100년동안 영상산업의 꽃으로 자리잡아 왔던 영화는 머지않아 아날로그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제작부터 편집, 상영에 이르기까지 모두 디지털 기술로 처리되는 「필름 없는 영화(Film Without Films)」로 변모할 전망이다.
이는 예전처럼 꼭 극장에 가야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위성이나 광케이블로 전송된 영화를 자신이 가진 디지털TV나 인터넷, 휴대형 단말기를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영화를 고화질로 감상할 수 있는 「극장 없는 영화」의 실현을 의미한다. 또한 이것은 영화의 제작초기 단계, 소재의 선정부터 변화를 가져오게 되며 필름의 수송이나 배급, 감가상각으로 인한 비용의 소모를 없앨 수 있다는 점에서도 대단한 혁신이다.
최근 전세계 멀티미디어 기술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MPEG(Moving Picture Experts Group) 기술은 컴퓨터 대화형 기능과 통신의 전송기능을 결합해 각 데이터를 객체별로 독립시킬 수 있는 MPEG4 기술의 상용화로 이어지고, 멀티미디어 객체를 서로 연결해 양방향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MHEG(Multimedia and Hypermedia information coding Experts Group) 기술의 접목으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디지털 영상의 창출로 나타나고 있다.
동영상을 몇십분의 1로 작게 압축해 더욱 빠른 전송과 재생을 가능하게 하고 또 수용자의 입장에서 재조작할 수 있는 이같은 양방향 기술은 「디지털 시네마」 「주문형 온라인 극장」 「걸어다니는 영화관」에 이어 또 다른 매체의 출현을 예고한다.
비디오
벌써부터 MPEG 기술의 활용으로 실용적인 디지털 매체가 등장하는 것은 비디오 부문. 지금까지 아날로그 테이프에 의존하고 있는 VCR는 대용량 하드디스크(HDD)와 고성능 RISC 프로세서로 이뤄진 「디지털 VCR」나 원하는 화면을 자막단위로 찾을 수 있는 「양방향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CD와 DVD가 결합한 복합형 플레이어」 등으로 속속 대체될 것이다.
이런 매체의 변화는 곧바로 콘텐츠 제작의 변화로 이어진다. 영화사나 비디오 제작사들은 디지털 영상매체에 걸맞은 고차원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나 SFX 기술, 가상현실 기술, 캡션 기술 등을 접목한 영상물을 개발하고, 이를 여러 매체에 맞는 컴퓨터 파일이나 DVD 타이틀 등 다양한 형태로 내놓게 된다.
현재 컬럼비아트라이스타·20세기폭스·워너브러더스 등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이 본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한 DVD 타이틀은 앞으로 각종 영상 소프트웨어로 전환될 예정이어서 디지털 콘텐츠산업의 증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
새로운 밀레니엄을 이끌어갈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집약체로 촉망받는 게임산업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 멀티미디어 인터액티브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대당 1000달러 이하의 PC가 등장하고 일반 가정에까지 초고속 통신망이 보급되는 현실은 게임산업의 가능성을 밝게 하고 있다. 또 전세계 게임시장 규모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판매·대여 등을 포함해 98년 전체 1000억달러에서 오는 2002년에는 약 26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일본 전문가들의 분석과, 18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3600만 미국 가정 가운데 44%가 32비트급 이상의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를 갖고 있고 PC게임 이용자 수는 2400만명을 웃돈다는 미국 시장조사전문회사 포레스터사의 보고서도 게임산업의 가능성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도 최근들어 급성장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총 1조7000억원 정도로, 업소용 아케이드게임이 1조6000억원대(컴퓨터 게임장 매출 포함)에 달하며, PC·온라인게임과 가정용 비디오 게임시장은 대략 1000억원대를 형성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급격히 늘어난 PC게임방이 현재 전국적으로 8000개에 육박, 약 1조원대의 시장을 형성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여타 콘텐츠시장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를 이루고 있다.
미국의 경우 루카스필름·디즈니·20세기폭스와 같은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게임전문 자회사를 만들어 블록버스터 영화의 인기를 게임사업으로 연결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인텔·소니·NTT 등은 이미 게임시장에 깊숙히 간여하며 기업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게임산업계는 컴퓨터·정보통신 등 관련분야의 첨단기술을 흡수하면서 현란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미 3D그래픽과 사운드, 네트워크 플레이 기술을 바탕으로 한 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타이틀 역시 CD롬 시대에서 DVD나 고성능 플래시 메모리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일본 세가의 「드림캐스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2」 등 차세대 가정용 게임기들은 게임산업의 기술적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단서들이다.
최근들어서는 음성인식과 인공지능(AI) 분야의 기술들이 게임산업과 빠르게 접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토대로 앞으로 5년 안에 가상현실(VR)게임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네티즌의 폭증과 더불어 각광받는 온라인 게임은 저장매체의 한계와 기존 유통상의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통신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 차세대 게임산업을 이끌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음악시장도 디지털 혁명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이미 전세계 음반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MP3(MPEG 1 Layer 3)도 MPEG 기술을 활용한 오디오 음악파일로 이미 디지털 음악시대의 화려한 서막을 열었다. 이는 기존의 음반제작 관행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으며 새로운 대중음악 문화를 일구고 있다.
하지만 현재 MP3는 디지털 음악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정보통신·음반·전자업계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보안성이 없고 불법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은 새로운 디지털 음악파일의 등장을 부추기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CD 수준의 음질을 제공하면서도 MP3의 절반 크기로 파일을 압축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미디어 오디오(WMA) 4.0」, IBM과 리얼네트웍스의 EMMS(Electronic Music Management System) 기술에 바탕을 둔 「리얼 주크박스」, AT&T의 「a2b 뮤직」, 애플컴퓨터의 「퀵타임 4.0」,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의 AAC(Advanced Audio Coded) 기술 등은 미국 디지털 음악 컨소시엄인 SDMI(Secure Digital Music Initiative)로부터 인증을 획득하고 차세대 디지털 음악의 표준으로 부상하기 위해 불꽃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