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창간17주년> 종교.. PC로 만나는 "예수님.부처님"

 네트워크로 묶여져 있는 사이버 공간에도 현실과 마찬가지의 종교 세계가 펼쳐져 있다. 불교, 가톨릭, 기독교 등에서 「사이버 절」 「사이버 성당」 「사이버 교회」 등을 짓고 인터넷 세계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종교의 세계에 들어와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찾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터넷은 종교 자체를 알리는 데는 더할 나위 없는 수단이 될 수가 있다. 사이버 공간을 찾는 불특정 다수에게 항시 종교의 세계를 열어 놓고, 교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바쁜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시간적 또는 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의 신앙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터전이 돼 준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산사나 성당에서 느끼게 되는 엄숙함이나 교회의 생동감은 맛볼 수 없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 세계에 들어와 있는 종교는 분명 현실 종교와 다르다.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 있는 절이나 성당, 교회 등을 찾아들어 갔다 해도 본인의 의지와 행동이 자발적으로 더 따라주지 않는 한 설법이나 설교, 강론 등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또 모든 것이 기계적으로 차분히 진행되기 때문에 산사나 성당, 교회 등에서 갖게 되는 경건함과는 거리가 먼 느낌을 갖게 된다.

 사실 어쩔 수 없는 결과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른다」는 식으로 가상 세계에 맞게 종교도 그 틀을 만들고, 또 그것에 맞게 내용을 채웠기 때문이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인터넷 종교가 현실 종교와 다르지 않다.

 예수나 부처의 위상이 가상 세계에서도 현실 그대로 이고, 그들의 가르침 역시 본질적으로 처음과 같다. 다만 컴퓨터 안이라는 실상에 맞게 전하는 방법이나 용어가 다를 뿐이다. 따라서 사이버 종교는 현실 종교의 연장이나 새로운 세계로의 영역 확대 정도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현재 인터넷에 뿌리를 내린 종교 웹사이트에서는 대략 3가지 정도의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즉 형식 부분을 과감히 축소해 종교 색채를 약하게 하고, 내용도 쉽게 풀어 일반인들이 부담 없이 접근해 올 수 있도록 하려는 「대중지향성」과 종교의 각 기능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해 관심 영역에만 들어가 볼 수 있도록 하려는 「전문화 내지는 세분화」, 그리고 각 종교의 일반 전문가들이 자신의 종교관이나 종교에 대한 지식 등을 토대로 개인 자격으로 포교하려는 「개별화」 등이다.

 이들 경향은 사실 개념적으로는 서로 상충되는 면도 있으나 한 사이트 안에서 특히 대중지향성이나 전문화 또는 세분화는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고 있다.

 ◇대중지향성 :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불교, 가톨릭, 기독교 등 주요 종교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는 대중지향성. 이는 종교의 목적이 보다 많은 사람들을 교화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터넷 세계의 한 특징인 「불특정(不特定)」을 반영하는 측면도 있다. 누구를 기준으로 형식과 내용을 꾸며야 할지 모호한 상황에서는 형식을 단순화하고 내용을 쉽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이버 불교의 경우는 종교 의식(儀式)이나 행사를 더불어 하는 것보다는 「바른 불교」를 알리는 데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실제로 대개의 웹사이트가 현실의 의식이나 절차는 거의 생략돼 있고, 교리나 설법 등 본질만으로 꾸며져 있다.

 구체적으로 불교 웹사이트의 특징을 보면 우선 형태 상으로는 설법이나 교리 등을 전하는 「사이버법당」과 보다 깊은 공부를 배려한 「경전 코너」, 공지 사항을 전하는 「게시판」 등으로 단순화돼 있다. 내용적으로는 불교에 관심만 가지고 있을 뿐이고 관련 지식은 전연 갖추고 있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쉽게 접근해 올 수 있도록 재미있고 평이하게 꾸며져 있다.

 예를 들어 「사이버템플(cybertemple.org/)」에서는 부처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일반인들이 불교에 쉽게 젖어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입문자를 위한 기본 교리 과정도 개설해 불교 지식을 체계적으로 쌓도록 하고 있으며, 보다 확실한 전달을 위해 1 대 1의 문답식 풀이 과정도 개설해 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강경, 반야심경, 화엄경, 수심경 등 주요 불경도 한글로 게재해 일반인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이버 가톨릭과 사이버 교회도 방문자들이 부담을 갖지 않고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내용과 형식을 꾸미고 있다. 역시 형식적인 절차나 의식을 거의 갖추지 않고 있고, 설교나 강론도 가능한 많이 게재해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방문자의 궁금증 해소나 의사 개진을 위한 코너도 준비해 놓고 있다.

 예를 들어 「가톨릭인터넷굿뉴스(www.catholic.or.kr/goodnews/default­net.asp)」에서는 신부의 강론이나 천주교 교리, 오늘의 묵상 코너 등을 게재하는 이외에도 문답성서라는 코너를 마련해 성경 내용을 알기 쉽게 풀이해 주고 있다.

 기독교 관련 웹사이트의 예로,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본부가 운용하는 웹사이트(www.kehc.org)에서는 설교, 칼럼, 기독교 관련 자료실 이외에도 성결교 관련 주요 인사의 활동 상을 소개하는 동정 코너가 마련돼 있다. 또 신자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할 수 있는 토론장이 있고, 기독교나 교회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일반 역사까지 배울 수 있는 배움 코너도 개설해 놓고 있어 흥미를 끈다.

 ◇세분화·전문화 : 세분화 또는 전문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대중지향성과 동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 역시 인터넷의 불특정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즉 누가 어느 것에 보다 관심을 갖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영역을 최대한 나눠 체계화하는 것이 최상인 것이다.

 이와 관련한 불교의 웹사이트 예로 「인터넷법계(indra.indranet.net)」에서는 주요 불경을 소개하며 불교 보급에 힘쓰고 있는데, 청소년층을 대상으로는 그들에 맞는 경전, 명상 코너 등을 마련해 놓고 있다. 또 불교의 학문적 연구를 추구하는 이들을 위해 각종 불교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제공하고 있다.

 가톨릭 웹사이트의 예로 천주교 춘천교구에서 운용하는 「인터넷주보(www.diocc.or.kr/html/index­01.htm)」는 춘천 교구의 공지 사항이나 소식을 전달하는 이외에도 천주교 입문자를 겨냥한 「5분 교리교실」 등을 주기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서울 대교구에서는 연령층에 따라 어린이가톨릭, 청소년가톨릭, 청년가톨릭 등으로 나눈 「또래 코너」를 운용해 신자들이 같은 연배끼리 모여 신앙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독교의 예로 인터넷기도사역회(ICTHS)의 홈페이지(www.icths.org/)에서는 기도실을 세분화해 운용하고 있다. 하나님의 도움이 긴급히 필요할 때 찾아가는 응급기도실, 기도 제목을 공개해 여러 사람과 함께 기도를 올리는 공개기도실, 하나님의 사랑을 찬양하면서 감사드리는 감사기도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인터넷성경(kcm.co.kr/bible/korea.html)」에서는 구약과 신약을 순서대로 모두 게재해 놓고 신자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는 웹사이트도 있다. 특히 이 사이트에서는 문서로뿐 아니라 리얼오디오를 이용해 들을 수 있도록 음성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신학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웹사이트도 있는데, 「한국 인터넷 신학대학(myhome.netsgo.com/theology/default.htm)」이 그곳으로 신학과, 목회학과, 기독교교육학과 등의 학과를 두고 있다.

 ◇개별화 : 신앙심이 깊고, 종교에 대한 지식이 전문가 수준인 신자가 만들어 운용하는 개별 종교 웹사이트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 개별 종교 사이트는 종교 특성을 반영하듯 불교와 기독교에서 두드러지는 양상인데, 자신의 신앙 생활이나 종교 지식을 토대로 선교하는 데 대체로 목적을 두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 이외에도 교리, 유명 스님이나 목사의 설교 등도 게재하고 있다.

 그 예로 「유권준의 인터넷으로 만나는 불교문화(galaxy.channeli.net/ahnyou/)」를 들 수 있는데, 이 사이트는 기초 교리를 바탕으로 불교 전통문화와 문화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종교 생활이나 종교관 등도 게재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에는 인터넷방송을 통해 직접적으로 종교 행사를 실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일고 있다.

 불교에서는 원불교 중앙총부가 운용하는 웹사이트 「원불교(won.wonbuddhism.or.kr/)」에서 자체 기념행사 등을 녹화해 보내는 인터넷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사이버 세계의 개막에 따라 종교도 국제화 시대를 맞고 있다. 인터넷 세계가 네트워크로 하나로 묶여져 있기 때문에 클릭 한 번으로 각 국의 유사 사이트를 링크(연결)해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종교 사이트에서는 링크 코너를 마련해 다른 나라의 동일 종교도 찾아가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