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산업은 국내 최대·최고의 양·단면 인쇄회로기판(PCB)업체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설립 이래 35년동안 줄곧 양·단면 PCB만을 생산해온 대덕산업은 월 60만㎡ 양·단면 PCB 생산능력을 갖췄다.
이처럼 가전용 페놀 PCB를 전문생산해온 대덕산업이 최근 다층인쇄회로기판(MLB)사업에 본격 참여한다고 선언, 국내 PCB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덕산업은 최근 디지털TV를 비롯한 디지털 가전용 PCB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총 480억원을 투입, 현 경기 안산 공장 인근에 신규 공장 부지를 매입해 월 6만㎡ 정도의 디지털 가전용 PCB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유영훈 대덕산업 사장은 『2000년 초반부터 디지털 가전시대가 본격 개막되면 디지털TV·VCR를 비롯해 DVD 등 첨단 정보통신기기의 수요는 현재 아날로그형 가전기기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여 디지털 가전용 MLB사업에 나서게 됐다』면서 『최첨단 자동화 설비로 구축할 MLB 공장은 이르면 2000년 후반기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이어 『디지털 방송이 본격화되면 기존 아날로그형 가전기기는 디지털 가전기기로 급속히 대체되고 이에 따라 페놀PCB만이 장착되던 가전기기에 MLB가 집중적으로 장착될 것으로 분석돼 MLB사업에 나서게 됐다』고 MLB사업 참여 배경을 설명하면서 『우선 디지털 가전용 MLB사업에 중점을 두되 여타 정보통신기기용 MLB로도 사업 범위를 확대, 연 3000억원의 매출실적을 달성하는 종합 PCB업체로 변신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대덕산업이 이번에 MLB사업에 본격 참여하기로 한 것은 가전산업의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평가되고 있으나 국내 PCB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피동적 선택」 이상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국내 최고의 양산 기술력을 확보한 대덕산업이 양·단면 PCB에서 일반 MLB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면 기존 MLB업체와의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월 6만㎡ 정도의 MLB 생산능력은 이 분야를 선도하는 국내 유력 MLB업체의 생산능력과 맞먹거나 상회하는 수준이다. 즉 순식간에 국내 최대 공급능력을 지닌 「MLB 거인」이 등장하게 된 셈이다. 여기에 「대덕」이라는 프리미엄까지 가진 대덕산업이 MLB사업을 전개할 경우 국내 MLB시장 구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대덕산업이 MLB사업에 참여함으로써 계열사인 대덕전자와도 사업 분야를 놓고 경쟁하는 양상이 전개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대덕전자와 일부 분야에서는 경쟁할 수도 있으나 대덕전자는 통신, 네트워크, 반도체 패키지 등 첨단분야용 MLB사업에 주력하고 대덕산업은 디지털 가전과 연관기기 분야에 치중하는 형식으로 역할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대덕산업의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대덕전자와 대덕산업 사이에 MLB사업 구획조정이 이뤄진다 해도 대덕그룹의 MLB 생산능력 자체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여타 국내 PCB업체들은 대덕산업의 MLB사업 참여가 미칠 파장을 분석하는 데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