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신주단지에 정전사태 이어 지진까지.. 세계 반도체시장 "변수"

 21일 새벽 대만 중서부지역에서 발생한 강진이 반도체 공장이 밀집돼 있는 신주 단지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반도체시장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지난 7월 말 대만에서 일어난 정전사태가 같은 신주 반도체 공장에 심각한 피해를 발생시키면서 최근 D램시장의 수급 불안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지진사태는 7월 이후 가파른 상승커브를 그리다 최근 안정세를 찾고 있는 D램시장을 또 다시 폭등 장세로 돌변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만의 유력한 반도체업체들이 몰려 있는 신주 단지는 이번 지진의 진앙지인 대만 중서부지역에서 불과 20여㎞ 거리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로 진도 7 이상의 강진의 경우 반경 100㎞ 이내의 건물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신주 단지 반도체 공장에 상당한 정도의 진동 피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초미세 회로 공정이 필수적인 반도체 공장은 일정 수준의 진동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이번과 같은 강한 지진에는 적지 않은 피해가 불가피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지진으로 신주 단지 전체에 전기와 용수 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사실상 반도체 공장의 가동은 중단됐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 지진으로 인한 대만 반도체 공장의 피해는 약 한 두달의 피해복구 기간을 필요로 했던 지난번의 정전사태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치명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국내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상황을 종합 판단해볼 때 이번 지진사태로 대만 반도체산업이 사실상 회복 불능의 엄청난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신주 단지는 대만 반도체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만 반도체 산업의 본산.

 특히 일본의 메이저급 반도체업체들과의 합작이나 협력관계를 가진 업체의 반도체 공장이 밀집된 지역이라는 점에서 현물시장은 물론, 계약 물량 공급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미쓰비시와 대만 유맥스사의 합작사인 파워칩사는 생산량 대부분을 미쓰비시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공급하고 있고 윈본드사는 도시바사에 OEM형태로 16M, 64MD램을 공급하고 있다.

 일본 후지쯔사에 D램 제품을 위탁생산(파운드리) 공급하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파운드리업체인 대만의 TSMC사의 D램 공장도 이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또 대만 모젤바이텔릭사와 독일 인피니언(구 지멘스)의 합작사인 프로모스사도 신주 공단 지역에서 D램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신주단지에 있는 UMC나 TSMC사와 같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업체 역시 사실상 공장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번 대만의 지진사태는 메모리 분야는 물론 비메모리 반도체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만에서 위탁생산되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세계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의 3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반도체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대만의 지진사태로 세계 반도체 현물시장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세계 D램시장에서 대만업체들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대략 8% 수준. 그러나 일본 등 외국업체에 OEM 또는 파운드리 형태로 공급하는 물량까지 포함할 경우, 점유율은 약 12%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대만업체 자체 브랜드 제품 대부분이 현물시장에 공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물시장 공급량이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최근 D램시장의 공급부족 현상이 계속되면서 최근 두달동안 폭등세를 보여왔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15∼16달러대에서 안정세를 찾고 있던 64MD램 가격이 또다시 폭등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