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광고판시장이 전자식안정기의 최대 수요처로 떠올랐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MF 관리체제를 거치면서 인수·합병과 이미지통합(CI) 작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옥외광고판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 알리기에 나선 데 힘입어 광고판용 전자식안정기의 수요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전자식안정기의 최대 수요처였던 건설 부문이 IMF 한파로 침체돼 올해 초까지 사업부진으로 고심했던 업체들은 옥외광고판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급경쟁에 돌입했다. 또 올해 500억∼600억원 규모로 추정됐던 전자식안정기시장이 경우에 따라서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옥외광고판이 전자식안정기의 최대 수요처로 급부상한 것은 이것이 한개당 최소 수십개의 전자식안정기를 필요로 하고 정부가 에너지 절감을 위해 전자식안정기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인수·합병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은행권이나 CI작업에 돌입한 정유업체들은 전국의 지점·주유소 등에 옥외광고판을 새로 마련하면서 수십만개 단위의 제품을 공급받고 있어 전자식안정기업체들의 최대 공략대상이 됐다. 전자식안정기업체들은 아직까지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앞으로 옥외광고판시장의 활성화는 필연적이며 이에 편승, 전자식안정기 역시 최대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전국 각지의 주유소에 옥외광고판을 설치하는 작업에 나선 (주)SK에는 두영전자와 화승전기가 전자식안정기를 납품하기로 했다. (주)SK가 필요로 하는 물량은 40만개 정도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대략 4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최근 CI작업에 나선 현대정유는 28억 규모의 전자식안정기를 소요할 것으로 보여 각 업체들의 공급권 따내기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밖에 인수·합병이 이뤄졌던 한빛은행·주택은행 등 은행권은 우명음파전자·피닉스엔지니어링 등이 제품공급권을 따낸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들은 『올해 건설 부문을 대신해 옥외광고판이 전자식안정기의 주 수요처로 떠올랐다』며 『모든 업체들이 내열특성·내구성이 좋은 광고판용 전자식안정기를 개발, 공급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자식안정기의 수요가 많은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공급권을 따내기 위한 과정에서 로비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며 『제살 깎아먹기식 가격인하 경쟁이 재연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모든 업체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