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영청 밝은 보름달 아래 온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으며 정담을 나누는 우리 고유의 명절, 한가위가 돌아왔다.
가족 모두가 함께 참여해 조상을 섬기는 마음으로 정성껏 차례상을 준비하고, 그 동안 못다한 대화를 나누면서 정겨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이 때 손쉽게 대화소재를 만들 수 있는 비디오 영화 한편은 오랜만에 만나 자칫 서먹서먹해지기 쉬운 가족간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녹여주는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이번 추석에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비디오로는 우선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고 빨리 집중할 수 있는 액션영화들을 추천할 만하다.
극장가에 이어 안방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쉬리」(스타맥스)는 비디오로 다시 봐도 그 박진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영화의 발전과 강제규 감독의 성공에 대해 영화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다들 한마디씩은 거들 수 있어 썩 괜찮은 대홧거리가 될 법하다.
출시 넉달이 지났어도 대여순위 상위권을 오르내리며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이연걸의 히트맨」(새한)과 미국 뉴욕 암흑가를 배경으로 주윤발의 통쾌한 액션을 다시금 볼 수 있는 「커럽터」(세음미디어), 덴젤 워싱턴·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비상계엄」(20세기폭스) 등도 온가족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지난 상반기 비디오 대여순위 1∼4위(영화마을 집계 자료)를 차지한 멜 깁슨·이연걸 주연의 「리쎌웨폰4」(스타맥스), 성룡 주연의 로드 액션물 「러시아워」(우일영상),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마겟돈」(브에나비스타), 피어스 브로스넌과 새 본드걸 양자경의 「007네버다이」(세음미디어) 등도 볼 만한 액션물들이다.
가족 모두가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로는 코미디물을 빼놓을 수 없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웃음을 선사하는 에디 머피를 국내 정상급 개그맨 김국진이 독특한 목소리로 연기한 「닥터 두리틀」(20세기폭스), 상상을 초월하는 뒤죽박죽 해프닝의 연발탄 「가방속의 8머리」(재인픽처스), 화제의 영화 「나홀로 집에」의 최신작 「나홀로 집에3」(20세기폭스), 슈퍼돼지의 유전인자를 가지러 온 남파간첩의 웃지 못할 서울생활을 그린 유오성·박진희 주연의 「간첩 리철진」(20세기폭스) 등이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추석연휴에는 가족구성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잔잔한 감동을 얻을 수 있는 가족드라마가 제격이다.
친엄마와 의붓엄마가 등장해 가족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줄리아 로버츠, 수전 서랜든, 애드 해리스 주연의 「스텝맘」(컬럼비아 트라이스타)은 이 시대 새로운 가족상을 보여줄 것이며, 위기의 가족을 사랑으로 감싸안는 가장의 모습을 그린 피터 폰다 주연의 「율리스 골드」(세음미디어), 실직자 가장이 딸의 드레스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족애를 그린 「레이닝스톤」(우일영상) 등이 추천할 만하다.
또한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늦깎이 초등학생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다룬 이병헌·전도연 주연의 「내 마음의 풍금」(새한), 50∼60년대 전쟁을 겪으면서도 따뜻한 인간애를 잃지 않았던 가난했던 어린시절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시절」(베어엔터테인먼트), 거대한 미디어에 갖혀 마치 짜여진 각본대로 살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 「트루먼쇼」(CIC), 전자우편을 통해 사랑을 키워나가는 톰 행크스·멕 라이언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유브 갓 메일」(스타맥스) 등도 가족들이 함께 보기에 무난한 드라마다.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극복해 인간과 모형전사들의 한판 전쟁을 시원하게 그린 「스몰 솔져」(새한), 닌자거북이의 최신작 「닌자거북이 특공대」(20세기폭스), 출시 6개월이 넘도록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뮬란」(브에나비스타), 한국 장편 만화영화로는 처음으로 전체를 디지털로 제작한 로봇 애니메이션 「철인사천왕」(새한), 전세계 어린들을 매료시킨 티몬과 품바가 새롭게 펼치는 에피소드 「라이온 킹2」(브에나비스타)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제2차 세계대전 중 오마하 해변 상륙작전을 소재로 이념과 인간애의 갈등을 그린 톰 행크스 주연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CIC), 이와 필적하는 영화로 전쟁을 통해 삶의 철학을 되묻는 테렌스 말릭 감독의 「씬 레드 라인」(20세기폭스) 등 전쟁영화도 나름대로의 흥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