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비디오시장은 잔잔한 화제작들로 꽉 채워져 있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를 살해하고 그의 뇌를 파먹는 충격의 영화 「샤만카」에서 홍콩 액션작을 결산할 만큼의 액션을 보여주는 「중화영웅」에 이르기까지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소재의 작품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눈에 많이 띈다.
정이건과 서기가 주연으로 나서는 「중화영웅」(새롬엔터테인먼트)은 디지털 특수효과에 의한 재미를 한껏 맛볼 수 있게 하는 작품. 주인공 화영웅의 복수와 사랑 등 파란만장한 삶을 시대적 배경과 함께 잘 그리고 있다.
「중화영웅」이 동양식 액션을 보여준다면 「페이백」(워너브러더스)은 할리우드 액션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 매춘부의 운전기사 겸 경호원 노릇을 하는 건달(멜 깁슨)의 복수를 담은 평범한 소재의 영화지만 액션만큼은 「리쎌웨폰」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세이비어」(새한)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는 또 다른 전쟁액션영화. 파리에서 발생한 회교분자의 폭탄테러로 아내와 아들을 잃은 전직 대사관 직원이 용병으로 보스니아 내전에 참가해 전쟁의 참혹상을 겪는 과정을 실감나게 잘 보여준다.
「샤론스톤」이 여섯살 꼬마와 함께 갱조직과 대항해 싸우는 「글로리아」(베어엔터테인머트)는 액션영화에 모성애를 보여주는 작품. 「패튼 장군」으로 잘 알려진 조지 스콧의 최근 모습을 볼 수 있다. 프랑스에서 8주 상영에 1000만명을 동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아스테릭스」(세음미디어)는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코믹 모험극.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 제라르 드 파르디유의 명연기는 다시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즐겁다. 이밖에 수전 서랜든의 「라버 러버」(우일영상)는 액션과 사랑을 즐겁게 보여주고, 오우삼의 「종횡사해」(베어엔터테인먼트)는 킬링타임용으로 최적인 액션영화다.
조금 색다른 장르의 작품 「질주」(새한)는 70년대 「바보들의 행진」, 80년대의 「고래사냥」을 연상하게 하는 청춘영화. 주인공 캐릭터들이 싱그럽고, 90년대 젊은이들의 생활상을 잘 보여준다. 이에 반해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병속에 담긴 편지」(스타맥스)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랑이야기를 서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굳게 닫혀버린 한 여인의 마음이 한 남자의 순애보로 열리는 과정이 가을 밤하늘을 청명하게 해준다. 케빈 코스트너가 오랜만에 여성팬들에게 다가간다.
충격의 에로티시즘 영화로는 「샤만카」(20세기폭스)가 압권이다. 짙은 베드신과 광기어린 러브신은 에로티시즘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할 만큼 파격적이다. 특히 정사 후 남자를 살해하고 그의 뇌를 파먹는 장면은 가히 가학적이다. 안드레이 줄랍스키의 연출이 느슨한 것이 흠이지만 세기말적 현상에 얹어 보면 예사롭게 보이지는 않는다.
로빈 윌리엄스의 「패치 아담스」(CIC)와 워렌 비티의 「불워스」(20세기폭스)는 고품위 코믹드라마로 웃음과 재미를 한껏 제공하고, 이완 맥그리거의 「아이 오브 비홀더」(컬럼비아트라이스타)는 액션 스릴러지만 영상미가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작품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특히 브에나비스타가 판매망 정비를 이유로 작품을 출시하지 않아 더욱 썰렁한 느낌을 준다. 선택기준을 지명도에서 찾지 말고 특유의 장르와 소재에서 찾아보면 비디오를 한층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모인기자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