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로 경기 침체를 겪은 국내 계측기기산업은 상반기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올해 말까지 지난해보다 20% 이상 성장한 38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계측기기산업은 대기업 구조조정 작업의 매듭을 바탕으로 연구소 중심의 연구개발 투자가 더욱 활기를 띠는 가운데 2000년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계측기연구조합 자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계측기기분야의 내수와 수출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1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와 제어 계측기를 비롯해 분석·측정·시험 장비 모두를 합쳐 내수시장 14억 달러, 수출에서 1억 달러를 기록했다.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수요가 늘어나는 계측기 시장 특성상 이같은 회복 속도라면 올해 내수 35억 달러, 수출 3억 달러는 무난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20% 정도 성장한 시장규모를 보이는 것이다.
특히 이 산업은 정보통신과 반도체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오실로스코프·애널라이저·회로분석기 등 범용 전자 계측기와 생산라인에 필요한 시험·검사 장비 부문에서 큰 폭의 수요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차세대 이동통신(IMT 2000)과 디지털TV 개발에 관련된 계측기 시장 성장세가 어느 분야보다도 뚜렷하다. 올해를 기점으로 전자계측기 시장은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이에 따른 업체간 시장경쟁은 한층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 산업은 내수 주도형이란 특성과 함께 설비 관련기기보다 소비재 관련기기 수요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섣부른 낙관을 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장밋빛 시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내 계측기 시장이 주로 외국 업체 주도로 형성돼 있다는 점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전자계측기 시장의 90% 이상을 다국적 계측기업체가 주도하고 있으며 공업용 계측기 시장도 이미 60% 이상을 외산 제품이 휩쓸고 있다. 이 때문에 계측기 시장이 커질수록 대외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표준과학연구원과 국산 계측기업체를 필두로 산업전자의 기반기술격인 계측기술 국산화가 한창이지만 아직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자체 기술에 기반한 제품들이 없어 극도의 수출부진을 겪고 있는 것도 계측기업체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부 벤처기업들이 중국·동남아시아 등을 생산기지로 삼아 가격을 무기로 해 서서히 해외 시장개척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