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야말로 디지털시대의 핵심이다. 따라서 회사도 핵심역량을 디지털쪽으로 변화적용시켜야 한다.』 세계 1위의 브라운관업체인 삼성전관의 송용로 사장의 말이다.
IMF의 고통을 이겨낸 브라운관업체들은 세계 시장의 1위자리를 지켜온 브라운관의 화려한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절실히 느끼면서 다가오는 디지털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시대의 디스플레이 시장은 평판 디스플레이로 바뀌게 될 것으로 예고돼 있다. 이미 TV와 모니터의 디스플레이시장 한쪽에서 브라운관이 플라즈마디스플레이 패널(PDP)과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로 대체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1세기의 문을 여는 2000년에는 이같은 움직임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억대에 육박하고 있는 브라운관 모니터시장에서 TFT LCD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98년까지만해도 100만대 수준에도 못미쳤으나 99년에 350만∼400만대 수준으로 350∼400% 성장했으며 2000년에 600만∼700만대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빠른 속도로 TFT LCD가 브라운관을 잠식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다가오는 21세기는 TFT LCD의 시대라고 말하고 있다. 반도체에 이어 TFT LCD에서도 또하나의 신화를 창조한 삼성전자는 이같은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이윤우 사장은 일본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21세기 디지털 멀티미디어시대에서는 액정패널이 사람과 기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는 2007년에 1인치 10달러를 실현해서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야심찬 전략을 대외적으로 발표해 일본업체 관계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바 있다.
업계의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이야기하는 시기가 조금은 앞당겨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모니터시장에서 TFT LCD가 브라운관을 제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모니터시장의 변화에 맞춰 1억대에 이르는 TV시장에서도 PDP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제서야 사업의 스타트라인에 올라선 PDP는 아직까지 고가인 점에 비추어볼 때 시기상조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기술개발 속도를 감안하면 충분히 다가오는 21세기에는 대형 TV시장을 잠식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업무용에서 가정용으로 넘어가기 위한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 저가격화와 함께 고휘도화, 고정세화, 저소비전력화를 동시에 실현하는 기술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또한 경량박형의 PDP는 현재 42인치를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99년 14만대에서 2002년 200만대 수준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TFT LCD와 PDP에 대응하는 브라운관업체들의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평면브라운관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일본 소니에 의해 등장한 평면브라운관은 빠른 속도로 일반 브라운관을 대체하고 있는데 2000년에는 TFT LCD와 PDP보다 한발 앞서 일반 브라운관시장을 잠식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평면 디스플레이시장의 등장과 함께 디스플레이시장에서 2000년은 변화의 출발을 알리는 시기다. TFT LCD와 PDP 이외에도 다양한 디스플레이들이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TFT LCD와 PDP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TFT LCD의 경우 30인치급이하의 TV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이며 PDP는 모니터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역사적으로 액정보다 오래된 (유기일렉트로루미네선스(EL)디스플레이와 전계방출전자를 이용해 전자선 여기발광을 하는 FED에서도 실용화기술의 개발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마디로 2000년의 디스플레이시장은 춘추전국시대일 것이다.
따라서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도 춘추전국시대에서 살아 남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산·학을 연계한 기술개발에 나서는 한편 정부차원에서도 세계 시장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디스플레이분야의 산업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