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말 갑자기 불어닥친 IMF이후 크게 흔들리고 있는 오디오업계가 새 천년의 시작을 앞두고 신개념 오디오와 첨단 디지털 제품을 앞세워 시장부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태전자와 아남전자의 부도사태와 IMF한파가 맞물리면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는 오디오업체들은 그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올 들어 수입선다변화 제도 폐지를 시작으로 새로운 오픈프라이스 제도의 도입, 그리고 코 앞으로 다가온 특별소비세가 폐지되는 등 그야말로 시장상황이 급변하면서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입선다변화 제도의 경우 아직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일본 오디오업체들이 본토에서 생산한 고품질 오디오를 앞세워 한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돼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해태전자·태광산업·아남전자·롯데전자 등 오디오 전문업체들과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은 일제 못지않게 첨단 기능과 톡톡 튀는 디자인으로 무장한 신개념 오디오를 내세워 일본산 오디오와 정면승부를 벌인다는 전략 아래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태전자가 선보인 초박형 벽걸이타입의 「스타일리시오디오」와 콤팩트타입의 데스크톱 오디오인 「FX2」처럼 고음질을 실현하면서도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채용한 하이파이오디오를 비롯해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상품화한 스피커 일체형 충전기를 채용한 복합 헤드폰 카세트 등이 바로 대표적인 신개념 오디오다.
오디오업체들은 또한 21세기 멀티미디어 디지털 시대를 앞두고 아날로그 중심의 상품에서 탈피해 다양한 형태의 첨단 디지털 오디오 제품을 속속 상품화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디지털 홈시어터시장을 겨냥해 돌비디지털(AC3)과 디지털시어터시스템(DTS) 방식을 채용한 디지털 AV리시버 앰프와 성능대비 가격경쟁력을 높인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플레이어를 앞세워 수출증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에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미니디스크(MD)플레이어를 속속 상품화해 종주국인 일본에 대량 수출하는 등 일본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다.
오디오업체들은 특히 인터넷 시대를 맞아 차세대 디지털 오디오기기로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MP3플레이어를 2000년대 주력 수출상품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 아래 휴대형 제품을 비롯해 가정용 및 차량용 제품 개발 및 상품화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IMF한파 속에서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난 국내 오디오업계가 첨단 디지털 제품을 앞세워 세계적인 오디오업체로 재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