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파를 최일선에서 겪은 소형가전업계는 눈물겨운 위기극복의 전형을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위기가 곧 기회라는 점을 여실히 입증시켜주고 있다.
소형가전제품은 이미 보급률이 대부분 포화상태에 있기 때문에 대체수요에 의존하는 시장구조를 지녔다. 때문에 IMF한파는 소비자들에게 불요불급한 소형가전제품의 대체수요를 가장 먼저 절제하도록 만들었다. 가뜩이나 채산성이 낮은 소형가전 제품이 IMF로 일거에 수요가 절반으로까지 줄어들자 업계는 사상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대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시장위축이라는 양날의 칼을 맨손으로 받아내야 했던 소형가전업계는 그러나 절반 가까운 업체들이 도산과 파산을 겪는 가운데에서도 다각적인 위기극복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었다.
위기극복의 가장 큰 줄기는 OEM이라는 기생구조에서 탈피한 독자생존 기반구축이었다.
업계는 우선 매출위축으로 버거워진 몸집을 줄이기 위해 방만하게 유지해 왔던 품목구조를 특화하고 생산위주의 조직에서 탈피, 마케팅과 영업조직을 신설하고 자체 유통망을 구축해 시장에 뿌리를 두는 체제로 개편했다.
또한 해외시장을 등한히 해온 업계는 내수위축에 대응, 수출로 활로를 개척하는 변신을 시도했다.
성광전자는 전기밥솥을 승부상품으로 내걸고 공격적인 내수공략을 감행, 대기업들이 장악해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으며 오성사는 선풍기·가습기 등을 내세워 해외시장을 개척, 확고한 자립기반을 마련하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품목특화와 내수 또는 수출 마케팅으로 활로개척에 성공한 주요 소형가전업체들은 구조조정 1년만에 정상궤도에 진입하는 무서운 적응력과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위기극복에 성공한 소형가전업체들은 날로 글로벌화돼 가고 있는 시장추세에 편승, 좁은 내수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시장기반을 해외로 넓혀가며 새로운 성장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