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산업은 21세기 지식기반 정보사회의 핵심기반이 되는 중요한 산업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전자부품산업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조립기기 중심으로 발전한 산업구조로 말미암아 상대적으로 기술개발 투자는 소외되었고 자체 개발보다는 주요 핵심부품들을 수입, 생산하는 형태가 지속되어 왔다.
그 결과 부품산업 개발이 매우 취약해져 지난 98년 대일 전자산업 수출입의 경우를 보더라도 총수출은 31억 달러를 기록한 반면 수입은 58억 달러로서 무려 27억 달러의 적자를 나타내는 심각한 대일무역 역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전자산업 구조가 시스템 조립에 치우쳐 있어 전자제품 수출이 증가될수록 상대적으로 일본·미국 등으로부터의 핵심부품 수입의존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최근 일본 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한 기고문에서 한·일 산업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부품산업 기반의 유무를 지적했다. 이것은 우리나라 전자부품산업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으로서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국내 부품산업은 대기업의 경우 대량생산이 가능한 대규모 장치산업이 수반되는 메모리 반도체, TFT LCD 등 특정품목의 기술개발 및 투자에 치우쳐 있으며 중소기업은 자체 기술개발 여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기술수준도 경쟁국에 비해 낙후돼 있어 부품기술이 복합화되고 기술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지금의 부품산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선진국들은 이미 기업간 기술협력을 촉진하고 개발기술의 상호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종합기술 개발 및 공동연구 시스템 구축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유럽의 경우 반도체 관련 재료에서 시스템 IC까지 일괄 기술개발을 위해 유럽의 16개국에서 20개 기업이 참여하는 JESSI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은 민간기업 10개사가 차세대 전자부품을 개발하기 위해 Selete라는 기술개발 컨소시엄을 구성해 필요한 첨단기술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92년에 전자부품산업 육성을 위한 전자부품산업 육성계획(Electro21)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대일무역 역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 계획은 시행 후 얼마 안돼 정책부재와 관심부족으로 곧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이러한 전철을 다시 밟지 않기 위해서는 전자부품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지원과 연구기관·산업계 등의 부단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핵심기술을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 해소와 자체기술 개발을 확보해 선진기술국으로서의 발전을 위한 전자부품산업 육성방안을 시급히 수립, 추진해야겠다.
이를 위해 첫째로 정부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기술개발 정책을 수립해 기술경쟁력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 인프라 구축과 유망 핵심부품을 적극 발굴, 지원해야 할 것이다.
둘째, 연구기관과 학계에서는 사명감을 갖고 단편적인 기술개발보다는 중장기 기술발전 트렌드에 맞춘 원천 핵심기술 개발로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기업화 기술을 신속히 개발, 이전해 기업들이 적기에 시장에 진출토록 지원하고 기업의 제품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셋째, 기업은 스스로 자체 기술력 제고를 위한 노력과 대외경쟁력 향상을 위한 과감한 기술개발 투자 및 경영혁신을 통해 기업경쟁력 향상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지식기반 정보시대는 변화와 도약의 시대로서 디지털 및 멀티미디어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디지털TV·DVD·인터넷단말기 등 신제품의 출현은 기초기반산업인 전자부품의 수요 확대와 중요성을 재인식시킬 것이다.
이젠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별로 없다. 우리 모두 전자부품산업의 중요성을 새로이 인식하고 한시 바삐 전자부품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적인 기술개발 시스템의 구축으로 21세기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김춘호 전자부품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