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전자식안정기업체 한국 진출 가시화

 내년부터 해외 유명 전자식안정기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내 진출을 직접적으로 표방한 외국계 업체는 아직까지 없다. 현재상태대로라면 가능성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국내 전자식안정기시장이 「덤벼들만한 가치」가 있다면 언제든지 포문을 열 것이라는 점이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내년부터 전자식안정기분야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산업용·가정용을 불문하고 자기식안정기가 대부분 전자식안정기로 대체될 것이라는 점이 업계의 전망. 가정·빌딩에서 사용하는 일반용의 경우 전자식안정기가 100% 가까이 시장을 점유한 상태다. 산업용 역시 전자식안정기 개발이 추진중이어서 채택은 시간문제다.

 업계는 내년부터 에너지 효율 극대화를 추진하는 정부시책에 편승, 전자식안정기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있다. 500억∼6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올해 시장이 내년에는 1000억원 또는 그 이상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업체들의 국내진출설이 나도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전망=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업체들은 오스람·GE·필립스 등이다. 물론 전자식안정기 분야는 아니다. 주로 램프 분야에 치중해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전자식안정기에 손을 대고 있다. 시장이 확보되면 언제든지 국내에 진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장 가능성 있는 업체로는 모토롤러가 손꼽히고 있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모토롤러가 생산하는 전자식안정기의 물량은 월 100만개 수준. 이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총물량을 뛰어넘거나 비슷한 규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토롤러의 경우 「시장확보 후 진출」이라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시장 공략이 시작되면 가장 무서운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 지금까지 해외업체들의 국내진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S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기·전자용품분야의 형식승인·KS제도 등에 가로막혀 진출이 좌절된 것으로 안다』며 『국내시장이 아직 작아 관심을 두지 않았던 해외업체들이 마음먹고 덤벼든다면 진입장벽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전자식안정기업체들이 제시하는 대비책은 경쟁력 강화에서 시작한다. 경쟁력은 기술력으로부터 나온다. 40∼50가지의 각종 부품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전자식안정기는 그야말로 기술과 경험의 산물이다. 설계에 따라 다양한 성능의 제품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자식안정기만큼 미묘한 제품이 없다』며 『회로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능이 달라지기 때문에 국내업체들도 연구·개발에 힘쓴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틈새시장을 겨냥한 제품전략과 일맥상통한다. 한 업체의 경우 사우나·수족관용 전자식안정기를 개발, 유럽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틈새시장은 말 그대로 대기업들이 공략할 수 없는 특수시장이다. 이를 겨냥한 제품을 내놓아 활로를 개척하는 것이 필요할 때다. 특히 업체들이 난립해 덤핑 등으로 시장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국내 전자식안정기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욱 필요한 덕목이다.

 수출로 활로를 개척하는 것도 대비책의 일환이다. 일본은 물론 미국·멕시코 등 미주지역의 전자식안정기 수요는 상당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자식안정기는 상당히 고품질』이라며 『최근들어 수출이 늘고 있는 것은 이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부가가치시장과 틈새시장을 겨냥한 특수용도 제품을 개발, 수성에 힘쓰는 한편 해외시장에도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