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은 『지진과 할아버지의 노여움은 닮은 데가 있다』고 말한다. 요령 좋게 피하기만 하면 곧 지나가 버린다는 뜻이다. 땅이 갈라지고 산사태가 나는 진도 6 이하에서는 그렇다. 그러나 건물이 무너지는 진도 7 정도의 강진일 경우에는 다르다.
지구촌이 최근 이러한 「지진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만 해도 지난 1월 콜롬비아를 시작으로 솔로몬군도·아프가니스탄·인도·중국·이란·멕시코·과테말라·코스타리카·필리핀 등에서 진도 6 이상의 강진이 발생했다. 또 지난 8월과 이달 초 그리스·터키에서 강진이 발생해 수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지난 21일과 26일 대만에서 강진이 잇따라 발생해 최소 2000여명이 사망하고 1만여명이 무너진 건물더미에 갇히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모두 다 큰 피해를 내는 강한 지진들이어서 전세계가 지구의 종말을 알리는 불길한 전조가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하고 있다. 특히 인류문명 발상지인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이 흐르고 성서학자들이 추정하는 에덴동산이나 노아의 방주 정착지인 터키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지구의 종말」이라고 예언하는 사람도 있다.
지진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진은 세계 곳곳에서 매일 수천번 이상 일어난다고 한다. 민감한 지진계로 탐지되는 미미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최근 50년 동안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진도 7 이상의 지진은 500여회다. 물론 지진이 세계 전지역에서 고르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60년대와 70년대 발생한 주요 진앙을 자료로 작성한 세계의 지진분포도를 보면 세계에서 지진활동이 가장 큰 지역은 환태평양 지진대. 그 다음으로 알프스 히말라야 지진대에서 많이 발생한다. 최근 강진이 발생한 그리스와 터키는 알프스 히말라야 지진대에 속한다. 다행히 지진분포는 우리나라를 남쪽으로 살짝 비켜 대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다. 해마다 20여차례나 미진이 일어나고 있다. 강건너 불처럼 생각했다가는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른다. 소규모의 잦은 지진은 대규모 지진 발생의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빈틈없는 방재체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대만 지진사태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우리도 이제 지진 대비 노력이 낭비라고만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잦은 지진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작은 위험 가능성이라도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