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P "출혈수출" 경쟁

 MP3플레이어의 수출단가가 급락하고 있다.

 불과 수개월전까지만 해도 120달러를 호가하던 32MB 플래시메모리를 내장한 MP3플레이어의 공급가격이 지금은 100 달러대 밑으로 떨어졌으며 일부 모델의 경우 제조원가 수준인 80 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시스템즈가 초기모델인 리오 PMP300을 헐값에 밀어내면서 삼성전자·새한정보시스템 등 경쟁업체들도 덩달아 수출단가를 인하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뒤늦게 수출시장에 뛰어든 중소업체들마저 판로확보를 위해 수출단가 인하경쟁에 가세함으로써 시장이 채 성숙되기도 전에 벌써부터 출혈경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일부 중소기업들은 MP3플레이어가 수출 유망 품목으로 주목받자 기술력은 물론 양산능력도 없이 아웃소싱을 통해 시제품을 확보한 수준에서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적정가격 이하에 수출상담을 전개하고 나섬으로써 바이어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를 역이용한 일부 바이어의 경우 『A사는 얼마에 준다는데 당신들도 그 수준에 맞춰달라』며 단가인하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업체들은 저마다 자사 제품은 정상가격에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덤핑공급과는 무관하다며 발뺌하고 있다.

 이처럼 선발업체들이 극심한 가격인하 경쟁을 벌임에 따라 후발업체들은 당초 계획했던 수출일정을 전면 보류하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최근 핵심부품인 플래시메모리 품귀현상으로 인해 양산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중소업체들은 플래시메모리 값이 급등하면서 제조원가 부담이 갈수록 무게를 더하고 있는 데다 수출가격이 붕괴되면서 진퇴양난의 어려움에 빠져있는 형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들은 어느 정도 자금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출혈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자금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살아남을 업체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MP3플레이어 업체들은 덤핑경쟁이 계속될 경우 양산의욕을 상실한 일부 벤처기업들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중국·대만 등 제3국에 힘들여 개발한 핵심기술을 헐값에 넘길 소지가 있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선발업체들이 수출시장에서 제살깎아먹기식의 가격인하경쟁으로 시장질서를 흐려놓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업체들은 『마침내 올 것이 왔다』며 나름의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에서만도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어느덧 업체 수가 100여군데에 이르고 있어 시장 초기엔 가격경쟁이 극심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지만 제품 단가가 떨어지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은 품질 안정성을 실현하고 디자인 차별화에 성공한 몇몇 업체들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뜻을 함께 하는 몇몇 벤처기업들은 서로 힘을 합쳐 핵심기술을 공유하고 부품을 공동구매하는 한편 해외 마케팅을 공동으로 진행함으로써 대기업과 맞설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며 공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활발한 물밑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수출유망품목으로 주목받던 MP3플레이어가 과연 효자노릇을 해낼 수 있을지 아니면 애물단지로 전락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업체들이 눈 앞의 이익을 좇아 지금처럼 가격 인하 경쟁에 주력한다면 MP3플레이어 시장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나라가 모처럼 세계 최초로 상품화해 애써 일궈 놓은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수확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선 당분간 과당 경쟁을 지양하고 핵심기술 및 아이디어 개발에 좀 더 투자해야 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