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입 정보기기 EMI등록

 최근 들어 정보기기에 대한 전자파장해(EMI) 등록건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전파연구소와 사설 EMI시험기관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6월 말까지 한달에 평균 600건을 넘던 모니터 및 컴퓨터의 EMI 등록건수가 지난 7월 이후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해 8월 들어선 470여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등록건수는 국산제품과 외국산 제품을 합친 것이라고 하지만 전체 등록건수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국산제품의 등록건수가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입품의 EMI 등록건수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는 정부가 규제완화 차원에서 지난 7월부터 그 동안 「선 EMI등록, 후 통관」 방식으로 운영해 오던 외국산 정보기기 EMI 등록 절차를 「선 통관, 후 EMI등록」으로 변경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사안이 아니다. 제품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인 EMI 등록에서 수입정보기기의 등록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결국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외국산 모니터와 컴퓨터가 그만큼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IMF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외국산 컴퓨터와 모니터의 수입이 전년대비 무려 40% 이상 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수입 정보기기의 안전성 확보에 적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EMI 검사를 제대로 받지 않은 외국산 컴퓨터나 모니터가 어느 정도 수입되어 판매된다고 해서 별 문제가 되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외국산 모니터와 컴퓨터에 대한 EMI 등록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경우 외국의 질 낮은 정보기기의 대량 유입으로 인한 컴퓨터 사용자들의 인체유해 문제는 자칫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그 동안 미국이나 EU 각국은 전자파가 두통·암·백혈병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자 나름대로 관련 규정을 마련해 규제를 강화해 왔으며 최근 들어 EMI 규격을 갖추지 않은 제품에 대해선 수입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정보기기에 대해 EMI 검정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에 따라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전자파장해 검정규칙을 마련, 각종 전기전자제품에 대해 EMI 검정을 실시해 왔으며 지난 97년 이후부터는 EMI 규격을 갖추지 않은 전기전자제품에 대해서 KS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행정규제를 완화한다는 명분 아래 지난 7월부터 정보기기 수입에 있어서 세관장 확인사항 중 EMI 등록항목을 제외한 것은 과연 옳은 판단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EMI 등록 항목을 종전처럼 세관장 확인사항으로 바꾸는 것도 문제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EMI 등록제도와 관련해 정부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EMI 규격에 맞지 않는 외국산 컴퓨터나 모니터가 국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정통부 산하 중앙전파감시소가 담당하고 있는 EMI 등록후 사후관리업무와 전파연구소가 담당하고 있는 EMI 적합등록, 세관의 통관사항 감시 확인업무를 통합, EMI 등록 및 사후관리업무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연구해 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밖에도 정보기기에 관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가와 별도로 정보기기 EMI 검정 상호인정약정을 체결, 상대국의 시험기관을 자국의 공인시험기관으로 지정해 이 기관이 작성한 시험평가서를 수입 통관시 그대로 인정해 주는 방안도 도입함직하다. 그렇게 되면 수입 정보기기의 EMI 등록방식 변경에 따른 외국산 불량제품의 국내 유입을 막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전자파를 많이 발산하는 정보기기에 대한 EMI 검정은 사용자의 건강을 해치지 않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정부의 EMI 등록제도에 대한 재고와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