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플레이어의 무상 배포를 선언한 인터넷뮤직의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인터넷뮤직(대표 주승환)은 인터넷 벤처기업인 골드뱅크와 멀티미디어 전문업체인 건잠머리컴퓨터가 최근 자본금을 공동출자해 설립한 인터넷 음악서비스 전문회사. 이 회사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MP3플레이어를 회원들에게 무료로 배포한 후 MP3 음악파일 내려받기 서비스를 실시키로 함에 따라 MP3플레이어와 이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콘텐츠 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서 10만∼2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MP3플레이어를 무상으로 배포키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벌써부터 네티즌들은 물론 MP3 관련 업체들 사이에 큰 화젯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네티즌들이 MP3플레이어를 무료로 배급받기 위해선 회원가입을 포함해 이 회사가 내건 몇가지 요구조건을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우리속담이 말해주듯 MP3 음악 마니아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뮤직은 당초 건잠머리컴퓨터가 자체 개발한 초저가형 MP3플레이어를 배포하려던 계획을 일단 보류하고 사업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일단은 국내 벤처기업인 D사로부터 5만대 정도의 초저가형 모델을 아웃소싱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현재 100만명에 달하는 골드뱅크 회원을 단계적으로 회원제로 운영될 인터넷음악사이트에 모두 가입시킬 예정인데 이와 같은 계획이 만일 현실화 된다면 지금까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MP3플레이어 보급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무선호출기나 휴대폰의 경우 통신서비스업체들이 소비자들의 비용부담을 떠맡아 거의 공짜로 나눠주다시피하면서부터 급속도로 보급 확산이 이뤄진 것과 마찬가지로 갖고는 싶지만 아직은 부담스러운 가격 탓에 구입을 망설이고 있는 네티즌들에겐 MP3플레이어를 공짜로 나눠준다고 했을 때 이를 마다할 사람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뮤직의 야심찬 계획이 제대로 실현될지 여부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않다.
MP3플레이어를 제아무리 초저가형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제조원가를 감안해 볼 때 대당 5만원씩만 잡아도 100만대를 무상 또는 보상판매 형식으로 싼 값에 배포하려면 가히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한데 41억원의 자본금으로 출발한 인터넷뮤직이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당장 인터넷뮤직 측이 약속한 대로 1만대만 무상 배포한다고 해도 초기에 최소 5억원 정도를 쏟아부어야 하는데 과연 일정금액의 회비와 MP3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료만으로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는 얘기다.
또한 인터넷뮤직 측은 이미 15만여곡의 MP3음악을 확보했으며 저작권 문제도 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눈치다.
어쨌든 인터넷뮤직의 과감한 사업추진에 대해 인터넷뮤직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삼성전자·LG전자·새한정보시스템 등 선발업체들은 시장활성화 차원에서 누군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을 신생 벤처기업이 겁없이 일을 저질렀다며 놀라움과 함께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대다수 중소 MP3플레이어 업체들도 인터넷뮤직의 무상배포로 인해 시장활성화를 기대하면서도 시장이 채 성숙되기도 전에 내수시장에서도 지나친 가격인하경쟁으로 값이 폭락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통신서비스업체들이 단순기능의 초저가형 무선호출기나 휴대폰을 공짜로 주다시피해도 대다수 사용자들은 제값을 주더라도 성능과 품질이 안정돼 있는 고급품을 구입하려는 성향을 보이고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MP3플레이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인터넷 카지노로 벤처돌풍을 일으킨 바 있는 골드뱅크가 합작투자회사인 인터넷뮤직을 통해 차세대 유망품목으로 주목받고 있는 MP3플레이어 분야에서 또 한번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지 관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