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상황을 반영하듯 국내 업계에도 디자이너 중역시대가 열리고 있다.
국내 업계에서 디자이너 중역시대를 열고 있는 선봉장으로는 현대자동차의 박종서 디자인연구소장(52)과 LG전자의 김철호 디자인연구소장(52), 한국타이어의 최광 디자인연구팀겸 홍보팀장(52) 등을 꼽는다.
현대자동차 박종서 소장은 지난 79년 현대자동차에 입사, 85년 제 1 디자인부 부장을 거쳐 94년 디자인연구소 담당에 오를 동안 줄곧 자동차 디자인에만 전념해 왔다. 박 소장은 디자인 담당을 거쳐 지난 95년부터 상무로 승진, 디자인 연구소장으로 일해 왔으며 올해 3월에는 전무자리에 올랐다.
LG전자의 김철호 소장은 지난 74년 금성사에 입사한 이래 전자제품의 얼굴이랄 수 있는 가전제품 디자인으로 한 우물을 파왔으며 현재 상무로 승진해 디자인연구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김 소장은 지난 93년 김장독 내장고로, 95년에는 벽걸이형 하이파이 오디오로, 96년에는 비디오카메라로 산업디자인 전람회에서 대통령상을 세차례나 수상하는 화려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KAID) 회장으로 일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최광 팀장은 해태제과, 한국중공업 등을 거쳐 지난 86년 한국타이어에 입사, 디자인을 담당하면서 96년 이사로 승진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상무자리에 올랐다.
최 상무는 특히 중역의 자리에 오르면서 디자인뿐 아니라 홍보업무까지 맡아 디자이너의 활동무대를 넓히는 프런티어로 주목받고 있다. 세 사람은 디자이너 출신으로 회사의 중역으로 승진한 것과 더불어 홍익대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를 74년도에 졸업한 동기동창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 더욱 화제다.
디자이너를 중용하지 않는 국내업계 풍토에서 20세기 말에 중역의 자리에 오른 이들은 장차 21세기 디자이너 시대의 서막을 여는 데 크게 일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디지털화와 글로벌화가 급진전 될 21세기에는 그야말로 디자인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전망, 최고경영자(CEO)와 최고기술담당(CTO), 최고정보담당(CIO)에 이어 최고디자인담당(CDO)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