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이버 의료시대 대비책

 새 천년과 21세기를 눈앞에 둔 요즘 전자의료기기 및 병원업계의 화두는 「사이버 의료」다.

 컴퓨터 통신과 원격시스템의 발전으로 가장 큰 취약점이던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해소되면서 사이버 의료가 병원의 존폐를 가늠할 정도의 중요한 척도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병원업계가 조만간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이버 의료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선진국 일부 병원에서는 사이버 의료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체질개선에 나섰다. 전화로 질병진단과 건강상담을 해주는 텔레마케팅이 바로 그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서비스 제고를 내세우고 있으나 속내는 환자 확보를 통한 병원경쟁력 강화다.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보건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등 환자 중심의 의료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애쓰는 것도 사이버 의료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처럼 전자의료기기 및 병원업계가 사이버 의료시대의 도래를 화두로 삼으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은 사이버 의료의 첨병격인 원격의료가 예상보다 빠르게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9년 비디오를 이용한 정신보건서비스 형태로 미국에서 처음 실시된 원격의료가 시간적·공간적 제약으로 확산되지 못하다 정보망·광섬유·위성통신 등이 발전한 요즘에는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오지 사람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정도로 저변을 넓혀가면서 사이버 의료시대를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원격의료를 처음 시도한 미국의 경우 20개 주에서 음성·정지영상·동영상 등을 결합해 의료정보의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원격의료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완료했으며, 오클라호마주는 50여개의 시골병원과 대도시 병원을 연결하는 원격의료사업을 시행중이다.

 또한 유럽은 EC국가를 중심으로 텔레메드(Telemed)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일본은 정보슈퍼하이웨이 건설에 나서는 등 세계 각국이 범국가 차원에서 사이버 의료시대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조금은 생소하게 들리는 원격의료가 이처럼 의료계의 신조류로 급부상한 것은 병원과 환자 모두에게 득이 되기 때문이다.

 대형 병원이나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 사는 사람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가의 영상진단장비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병원의 경우 컴퓨터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해 고가 장비를 설치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의사의 자문이나 진단을 받기 위해 환자와 보호자가 투자하는 시간을 절약하고 전문의 등에게 지불하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도 원격진료의 또다른 장점이다.

 전문가들은 만개하는 사이버 의료시대에 원격의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술로 가상현실(VR)을 꼽고 있다. 가상현실 기술이 발달하면 생명과 직결되는 어려운 수술의 경우 현실과 같은 가상세계를 통해 몇번이고 테스트한 후 시행에 나서기 때문에 수술의 성공률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진다.

 물론 인체의 복잡한 구조를 가상으로 완벽하게 재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모의훈련을 통해 의료사고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우리 병원업계도 UR협상에 따른 시장자유화보다 더욱 거센 사이버 의료라는 물결과 맞닥뜨리게 됐다. 병원의 존망을 의료서비스 질로 가름하는 이러한 사이버 의료시대에 대한 준비는 철저하면 철저할수록 좋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국내 병원업계는 사이버 시대의 의료환경 변화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막연한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다 사이버 의료시대가 도래하고 난 뒤 그 충격으로 허둥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새 천년과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우리에게 안겨진 무거운 숙제 보따리인 사이버 의료시대에 전자의료기업계나 병원업계는 물론이고 정부당국도 더 깊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