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숙원사업으로 인식되어온 업종별 CALS 시범사업이 내달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업계의 주도적인 참여와 폭넓은 활용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팽배해 이의 개선방안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관계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내달부터 전자·건설·자동차·국방 등 4개 주요 업종에 걸쳐 본격 추진될 「기업간 전자거래(CALS) 1차 시범사업계획(안)」은 CALS체계 구축의 전제조건인 기업간 업무절차·업무내용 등의 표준화 및 이를 통한 합의도출 과정이 결여돼 기업간 정보공유 기반 조성을 통해 산업 전반의 효율성·투명성을 제고하자는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보여주기식」 사업에 그칠 공산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번 1차 시범사업계획안과 관련, 업계의 주도적인 참여와 폭넓은 활용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 없이 물리적인 전산시스템이나 통합 전산센터 구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재의 계획은 사업추진에 따른 실익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번 계획안에 따르면 4개 업종당 20억∼30억원이 할당돼 내년 8월까지 진행키로 돼 있는 1차 CALS 시범사업은 관련 협회 등에 통합전산센터 및 전자문서교환(EDI)시스템, 통합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게 주요 사업내용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이번 1차 시범사업을 필두로 올해부터 본격 개막될 CALS체계의 틀이 잘못 짜여질 경우 국가적인 예산낭비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사업의 장기적인 연속성도 확보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학계의 한 전문가는 『CALS는 통합전산시스템이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다』면서 『대기업·중소기업·하청업체들 간의 광범위한 협력과 정보공유를 바탕으로 장기 플랜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가 CALS체계 구축을 일과성 프로젝트 정도로 인식하고 예산을 배정해 줄 경우 이는 결국 관련 협회나 시스템 구축사업자들만 배불려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정부 지원은 필요하지만 이는 업무절차나 전자문서 표준화 등 기반여건 조성에 국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정통부의 업종별CALS 시범사업 외에도 산업자원부가 오는 2002년까지 총 124억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섬유산업 신속대응(QR)시스템 구축사업」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달부터 2차연도사업(예산 16억원)에 착수하는 섬유QR사업은 내년 7월까지 섬유산업연합회 내에 QR시스템센터(QRSC)를 설치, △EDI중계센터 △상품데이터베이스(DB) △판매시점정보관리(POS)시스템 등의 구축에만 초점을 맞춘 반면 업계의 주체적인 참여를 끌어낼 만한 대안은 부족한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자·건설·국방 등 3개 업종의 경우 그동안 추진해 온 각종 시범프로젝트들과 연속선상에서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CALS는 짧은 시간에 성과를 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자업종 CALS 운영기관인 CALS/EC협회 관계자는 『1차 시범사업이 전산센터나 시스템 구축 등에 무게가 실린 게 사실이지만 마냥 업계의 자발적인 참여만을 기다리며 CALS를 지연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자동차 CALS 운영기관인 자동차공업협회측도 『1차 시범사업 기간에 독자적인 네트워크와 EDI센터를 구축한다는 데 업계의 의견이 모아진 상황에서 더이상 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업무절차 개선·통일을 위해서는 업계의 자발적인 참여와 합의가 필수적』이라며 『앞으로 실무위원회 등을 통해 업체간 협의채널을 여는 등 보완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