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대표적인 N세대 사업가들, 젊음과 도전정신이 "밑천"

 21세기는 대기업보다 오히려 N세대가 창업한 벤처업체가 경제 흐름을 주도할 것이라고 IT 컨설턴트들은 내다본다. 이미 무서운 N세대 아이들이 인터넷 비즈니스 분야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통계적으로 77년 이후에 출생한 세대를 N세대로 일컫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보통 30세 이하의 벤처사장들을 「Under Thirty Entrepreneurs」라는 이름 아래 신세대 기업가군으로 분류한다.

 이들은 대학졸업장을 거절하는가 하면 허름한 창고나 지하실, 또는 학교 서클룸에 회사를 차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답답한 정장은 좀처럼 입지 않는 대신 찢어진 청바지에 헐렁한 카키색 티셔츠가 이들의 유니폼이다. 밑천이라고는 젊음과 도전정신뿐이니 실패를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스물다섯 살의 동갑내기 토드 크리젤먼과 스테판 피터노트. 이들은 지구촌 네티즌이 가장 입주하고 싶어하는 사이버 커뮤니티 가운데 하나인 「더 글로브(theglobe.com)」를 끌고가는 공동 CEO다.

 지난 94년 코넬대 학생이었던 이들 두 청년은 기숙사 방에서 더 글로브를 구상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출신의 생물학도 토드와 유럽에서 건너온 컴퓨터과학도 스테판. 인터넷을 마음껏 여행할 수 있는 원 스톱 웹사이트를 만들어보자는 게 이들의 구상이었다.

 둘은 미심쩍어 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졸라 1만5000달러를 빌렸고 학교 서클룸에 회사를 차렸다. 직원을 몇명 고용하기는 했는데 월급 줄 돈이 없어 매일 피자만 시켜줬다. 더 글로브는 95년 5월 공식 출범했고 마침내 믿을 만한 투자자를 찾았다. 유명 렌트카 업체 알라모의 전 사장인 마이클 이건이 지분 50%를 조건으로 2000만달러를 내놓은 것. 이어 MTV 설립자 데이비드 호로위츠, 피플소프트 CEO 데이비드 더필드처럼 명망있는 투자자들이 줄을 이었다.

 더글로브는 월스트리트가 주목하는 가운데 나스닥으로 갔고 두 사람은 하루아침에 거부가 됐다. 이들에게는 돈을 벌었다는 것보다 불과 스물다섯에 유명인사가 됐다는 것이 더 쿨(cool)한 일이다. 파티에 가면 누구나 두 사람을 알아보고 할리우드의 예쁜 모델을 여자친구로 가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 무엇보다 신난다.

 매일 수천명의 네티즌들이 99센트씩을 지불하고 인터넷에서 PC로 MP3파일을 다운로드한다. 유명 레코드사들은 달갑지 않겠지만 스물 세살의 E뮤직 사장 진 호프먼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E뮤직은 MP3 다운로드 시장의 뉴 리더. CDnow나 N2K 같은 선발업체들이 CD를 진열해 놓고 파는 사이버 레코드숍으로 출발한 데 비해 E뮤직은 처음부터 MP3 전문점을 표방했다. 호프먼 사장은 98년 1월 「굿노이즈.컴(goodnoise.com)」 사이트를 열면서 네티즌들에게 「좋아하는 노래는 딱 한곡뿐인데 왜 CD를 통째로 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99센트만 내고 정말 원하는 곡 하나만 다운로드하라는 대안으로 네티즌을 유혹했다. MP3파일을 CD 리코더로 녹음하거나 PC를 스테레오와 연결해 음악을 감상하면 훨씬 경제적이라는 호프먼의 권유는 설득력이 있었다. 게다가 N세대의 기호와도 딱 맞아떨어졌다.

 굿노이즈를 설립할 당시 진 호프먼의 나이는 스물둘. 하지만 호프먼은 이미 노련한 음반전문가였다. E뮤직에 올라 있는 그의 프로필에는 학력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N세대 자신은 학벌이 아니라 노하우 또는 지식이라는 돈 탭스콧의 말이 입증된 셈이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의 라디오 방송국 WNOW에서 DJ로 일한 적이 있고 프리랜서 사운드 엔지니어로 지방의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향을 맡는가 하면 밴드를 조직하고 리코딩 스튜디오를 운영한 경험까지 있었다.

 E뮤직은 이제 월스트리트 분석가로부터 음반업계의 아마존이 될 가능성이 높은 신생업체로 지목되고 있다. 그리고 진 호프먼은 가장 어린 나이에 뉴 밀레니엄 리더의 선두그룹에 합류하게 됐다.

 오런 스트라우스는 국회의사당과 실리콘밸리를 결합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주목받는 N세대사업가로 스물여섯살이다. 그는 워싱턴 정가의 형식주의와 실리콘밸리의 자유분방함을 조화시킨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국회의사당(Capitol)은 워싱턴에 있지만 그가 세운 넷캐피털(Netcapitol)은 월드와이드웹에 있다.

 정치학도였던 스트라우스는 정계로 진출하는 대신 사이버스페이스에 공공단체와 정치그룹을 위한 컨설팅 회사를 차렸다. 그의 웹사이트는 단순한 컨설팅이 아니라 정치인과 로비스트, 그리고 크고 작은 공공단체를 위한 포털서비스를 지향한다. 포털시장의 틈새시장을 노린 셈.

 자유분방함은 벤처기업가의 특권이다. 그는 매일 애견 본조를 데리고 회사로 출근한다. 다섯살인 노란색 래브라도 산 본조는 매스컴을 매우 좋아한다. 스트라우스가 인터뷰를 할 때면 시끄럽게 짖거나 하지 않고 주인 옆에서 얌전히 포즈를 취한다.

 그는 『시티뱅크의 중역인 아버지를 보면서 대기업이란 정말 따분한 곳이라고 결론내렸다』고 말한다. 거대한 조직 어딘가에 박혀버리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도 없고 회사의 성공이나 실패와 무관하게 되어버린다는 것. 그래서 스스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벤처를 택했다.

 새로운 밀레니엄과 함께 초고속 통신시대가 개막되면 네트워크를 놀이터로 생각해온 N세대 사업가들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